AIIB로 ‘순풍에 돛 단’ 중국… 아세안 영향력 확대 예고

입력 2015-03-22 17:37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서방 주요국에 이어 한·일·호주의 가입까지 가시화되면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경제와 인프라 개발에 중국의 입김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22일 말레이시아 베르나마통신 등에 따르면 아세안은 20∼2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열고 “AIIB가 회원국에 더욱 많은 자금 조달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지지 입장을 확인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10개 회원국은 모두 AIIB에 참여한다. 이들은 2012년 자체적으로 아세안인프라펀드(AIF)를 만들었지만 역내 개발 재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동남아 지역의 도로, 철도, 전력 등 사회기반시설 구축에 연간 600억 달러(약 67조6000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본금 500억 달러(56조3000억원)로 출범해 100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예정인 AIIB의 주 수혜지역은 아세안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선진국들이 인구와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한 아세안 지역에 대한 선점 효과에 눈독을 들이고 속속 AIIB 참여를 선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AIIB 내 50%에 달하는 지배구조를 가진 인접 경제대국 중국의 입김은 아세안 전역을 강타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대해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이 국외투자를 늘리려는 움직임에 미국과 서방국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면서 ‘중국발(發) 골드러시’가 글로벌 경제와 투자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태국 방콕포스트도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AIIB는 (아세안 등 아시아 인프라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대외 투자 다각화, 수출 촉진에 일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반영하듯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제3의 통화로 불리는 특별인출권(SDR) 바스켓(산정 대상)에 중국 위안화를 편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중국을 방문 중인 라가르드 총재는 20일 푸단대 연설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 “(위안화의 SDR 바스켓 편입은) 들어가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들어가느냐의 문제”라며 편입을 기정사실화했다. IMF는 오는 5월 비공식 이사회를 열어 위안화를 SDR 통화 바스켓에 포함할지를 검토하고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뒤 하반기 회원국 회의에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