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한중일간 드러난 외교 셈법

입력 2015-03-22 17:38
한국 중국 일본 3국이 외교장관 회의를 통해 3년 만의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3국 외교장관들은 21일 서울에서 열린 ‘제7차 한·일·중 외교장관회의’에서 “모두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3국 정상회의가 개최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 3국 정상 회의의 대리전 성격을 갖고 만큼 이번 회의는 한·중·일 정상의 대외 구상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결론적으로 말해 한·중·일 3국은 과거사와 영토 갈등에서 비롯된 대립 국면을 딛고 협력 복원에 나서자는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이를 위한 전제조건과 방법론에선 여전한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한 치의 진전도 없는 양자 관계와는 별개로 3국 간 협력을 조속히 복구하자는 우리 정부와 일본의 역사인식의 전환 없이는 근본적인 관계 개선이 어렵다는 중국의 입장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연내 개최도 쉽게 예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양자관계와는 별개로 한·중·일 3국 협력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동북아 역내 경제협력과는 달리 정치적 갈등은 계속 격화되는 ‘아시아 패러독스(Asia paradox)’ 해소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한·중·일 3국 협력이 결국은 한·일 또는 중·일 양자 현안 해결의 우회로가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미얀마의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3국 외교장관회의를 토대로 한 3국 정상회의 개최를 공식 제안한 것도 이런 차원이다.

박 대통령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을 만난 자리에서도 3국 외교장관회의를 “양자 관계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다자협력 메커니즘을 통해 대화와 협력을 가능토록 해준다”고 평가했다. 또 “금년은 광복 및 종전 70주년, 한·일 수교 50주년 등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해이자, 이 역사가 3국에 협력의 모멘텀을 선사하는 소중한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도 3국 정상회의 개최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동북아 외교전에서 과거사 문제 등으로 한·중 양국으로부터 협공을 당했던 만큼 아베 총리로선 이런 국면을 상쇄시킬 절호의 기회다. 기시다 외무상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은 전부터 일·한·중 정상회의의 조기 개최를 중시해왔다”면서 “회의에서 조기 개최에 합의를 했음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은 ‘3국 정상회의 조기 개최 노력’ 합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역사인식 문제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과거사 문제에 대해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시 주석의 단호한 시각이 드러난다. 왕이 부장은 “최근 몇 년간 3국 간 양자관계, 특히 중·일 및 한·일 관계가 역사인식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3국 협력도 이로 인해 큰 지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을 겨냥한 듯 “정시역사 개벽미래(正視歷史 開闢未來·역사를 바로 보고 미래를 연다는 뜻)”라고 해 일본 지도자들의 태도 변화를 거듭 촉구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