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강화 캠핑장 CCTV 보니… “이 아저씨, 진짜 영웅이다”

입력 2015-03-22 16:49 수정 2015-03-22 17:03
강화 캠핑장 화재의 순간을 포착한 CCTV 화면. 옆 텐트의 박모씨(주황색 상의)가 화염 속에서 남자아이를 구출했다. / 인천지방경찰청 제공

텐트 밖으로 고개를 내민 박모(42)씨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텐트 밖으로 뛰어나가 불길에 휩싸인 바로 옆 텐트로 달려갔다. 화염은 사람 키보다 크게 번져 텐트 한 쪽을 완전히 휘감았다. 묵직한 연기가 하늘로 솟구치고 있었다.

박씨는 너덜너덜해진 천막을 두 손으로 잡고 걷어냈다. 그 틈으로 여덟 살 남자아이가 빠져나왔다. 뒤따라 달려온 관리인이 남자아이를 텐트 밖으로 구출하는 동안 박씨는 자신의 텐트로 돌아가 가족에게 화재 사실을 알렸다.

딸이 텐트 밖으로 나오자 박씨는 다시 불길에 휩싸인 옆 텐트로 달려갔다. 남자아이를 완전하게 구조하기 위해서였다. 우는 남자아이를 끌고 안전한 지점으로 옮겨 옷을 벗겼다. 분주한 손길이 다급한 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박씨는 남자아이를 딸에게 맡기고 샤워장으로 향했다. 세숫대야에 물을 길어 텐트의 화염 속으로 뿌렸다. 불길은 이미 텐트의 천막을 다 태우고 넓게 퍼졌다. 세숫대야의 적은 물로는 조금도 잡히지 않았다. 무기력한 상황이었다. 박씨는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샤워장을 오가며 물을 뿌렸다.

인천지방경찰청이 22일 공개한 강화군 캠핑장 화재현장의 CCTV에는 구조와 진화에 용감히 뛰어든 박씨의 행동이 모두 담겼다. 박씨는 주말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캠핑 중이었다. 새벽 2시13분쯤 아내와 통화를 마치고 잠에 들려는 순간에 비명소리를 듣고 구조와 진화에 뛰어들었다.

박씨가 구한 남자아이는 숨진 이모(37)씨의 둘째 아들이다. 이씨와 두 아들(11세·6세), 이씨의 후배로 추정되는 천모(36)씨와 아들을 포함해 모두 5명이 화재로 사망했다. 이군은 텐트 안쪽 입구에 서서 울고 있었다. 박씨는 빠른 대응으로 이군의 목숨을 구했다.

박씨는 “거의 반사적으로 옆 텐트에 들어갔다. 당연한 일이었다”며 “초기 진화 때 관리인 한 명과 우리 가족만 있었다. 시간이 지나 많은 사람들이 와서 진화를 도왔다”고 말했다. 홀로 남겨진 이군에 대해서는 “같은 아버지로서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박씨는 인터넷에서 ‘의인’이나 ‘영웅’으로 불리고 있다. 침몰 여객선 세월호 등의 사고에서 박씨와 같은 기지를 발휘한 사람이 더 많았다면 생존자도 늘어났을 것이라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네티즌은 “정작 사고 현장에서 박씨처럼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박씨가 아이의 울음소리를 외면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구조와 진화 과정에서 화상을 입은 박씨는 오전 6시쯤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실에서 3시간가량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



영상=인천지방경찰청 제공
김철오 김동우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