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부총리 집무실에 교육부 미혼직원 통계표 걸려 있는 까닭은?

입력 2015-03-22 20:04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정부세종청사 집무실 벽에는 학생 자살 현황 옆에 교육부 ‘처녀·총각 현황판’이 붙어 있다. 교육정책과 무관해 보이는 이 통계에 황 부총리가 관심을 두는 이유는 뭘까.

이달 중순 부착된 미혼자 현황판은 황 부총리의 아이디어였다. 지난달 간부회의에서 “좋은 가정을 꾸려야 일도 창의적으로 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교육부 직원 중 미혼자 현황을 파악토록 지시했다고 한다. 교육부 직원 615명(해외연수자 포함)을 조사한 결과 미혼자는 106명이었다. 6명 중 1명은 결혼을 안 한 것이다. 여성이 79명으로 74.5%를 차지해 남성보다 3배 많았다. 30대 이상이 95명(90%)으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다.

교육부 직원들은 이 현황판을 ‘무언의 압박’으로 받아들인다. 미혼자에게는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니 어서 좋은 가정을 꾸리라”는 메시지이고, 교육부 간부들에게는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조직 분위기를 만들라”는 주문이란 것이다. ‘결혼 기피 현상→저출산 심화→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주무 부처로서 ‘솔선수범하라’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대학 구조개혁 등 교육부가 추진하는 상당수 정책이 학령인구 감소와 직결돼 있다.

교육부의 한 간부는 “직원 결혼식이 열리면 부총리는 빠듯한 일정을 쪼개서라도 참석하려 한다. 일과 가정의 병행을 중시하는 평소 생각이 반영된 듯하다”고 말했다. 미혼인 30대 여성 사무관은 “밤늦게까지 일하고 휴일에도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세종시에 내려와 남자 만날 가능성이 더 줄었다(웃음)”며 “매주 하루를 ‘가정의 날’로 정해 정시퇴근을 권하지만 형식적이었는데 변화가 올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