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에게 수면제를 먹인 후 집에 불을 질러 살해한 20대 딸이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으로 감형됐다. 부모가 오랫동안 불화를 겪다 이혼한 점 등을 고려한 판결이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이민걸)는 존속살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22)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부모의 이혼이 A씨의 인격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점, A씨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정신과 상담을 받아왔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앞서 1심에서 진행된 국민참여재판에서는 배심원 9명 중 7명이 징역 10년을 선고해달라는 의견을 냈었다.
A씨는 평소 친구관계와 휴대폰 요금 등 여러 문제로 어머니와 수시로 말다툼을 했다. A씨는 어머니로부터 구박과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는 지난해 4월 심한 말다툼 끝에 어머니를 살해하기로 했다. 그는 같은 달 어머니에게 수면제를 탄 물을 마시게 하고, 침대에서 잠이 들자 매트리스에 불을 붙여 살해했다.
A씨는 이후 어머니가 자살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어머니의 휴대전화로 외삼촌 등에게 ‘우리 ○○이 좀 잘 부탁할게’라며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를 보냈다. 알리바이를 만들려고 친구와 함께 놀이동산에 가기도 했다.
재판부는 “어머니를 살해한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는 반사회적·반인륜적 행위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피고인이 잘못을 깊이 반성하며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등 자신의 범행으로 스스로도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부모 불화 고려해야”… 어머니 살해한 딸 2심서 감형
입력 2015-03-22 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