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예상밖 사드 로키(Low Key) 행보...갈등 재연 상존

입력 2015-03-22 10:28
국민일보 DB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를 둘러싼 한·중간 외교적 대립이 21일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분위기다.

예상과 달리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고 회담장 밖에서도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왕 부장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대한 거듭된 질문에 “우리 입장은 이미 여러 차례 말했다”는 언급으로 대응하는 등 ‘로키(lowkey)’ 행보를 보였다.

왕 부장의 로키 대응은 일단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별다른 추가 진전 상황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미간 공식 협의가 시작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사드에 대해 중국이 내놓을 수 있는 메시지는 다 내놓았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가입 여부 결정이 임박해 있는 상황에서 사드 이슈를 갖고 한국을 공개적으로 거듭 압박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판단을 중국이 했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주도하는 AIIB에 대한 미국의 우려에도 불구, 한국의 AIIB 참여가 임박해 있다는 나름의 상황 판단이 작용했다는 뜻이다.

실제 왕 부장은 AIIB 문제에 대해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국 정부가 어떻게 말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미 한국 정부가 진일보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밝히지 않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왕 부장의 방한 목적인 한중일 3국 외교장관 회의의 형식 자체가 한중일 3국간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라는 점도 왕 부장이 사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한 이유로 꼽힌다.

이와 관련, 일본 외교 수장도 서울에 와 있는 상황에서 한중간 불화하는 모습을 중국이 보이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사드에 대한 중국의 기본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미간 협의 가 개시되는 등 추가적인 진전이 있을 경우 이를 견제하기 위한 중국의 외교적 움직임이 다시 커질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예상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