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으로 문화상품권 8억원어치 ‘뚝딱’ 만들어 유통

입력 2015-03-22 11:01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문화상품권 사이트를 해킹해 취득한 상품권으로 온라인 게임의 게임머니를 구매한 뒤 이를 재판매해 현금 수억원을 챙긴 중국인 해커 진모(28)씨를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또 진씨로부터 사들인 게임머니를 국내에 유통한 중간판매책 황모(33)씨를 구속하고, 다른 판매책 국모(31)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진씨는 2013년 4∼7월 국내 문화상품권 발행회사 사이트를 해킹해 휴면 회원 879명의 상품권 금액정보 800여만원을 7억7000여만원으로 부풀렸다. 진씨는 변조된 이 상품권으로 게임머니를 사서 지난해 10월까지 황씨한테 판매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를 받고 있다. 황씨는 진씨로부터 게임머니를 도매가격으로 사 이를 국씨한테 다시 팔고 국씨는 일반 게임 이용자들에게 판매해 현금화했다.

경찰조사 결과 진씨는 웹셀이라는 악성코드를 문화상품권 발행회사 사이트 서버에 업로드해 관리자 권한을 취득하고서 휴면 회원의 상품권 금액정보를 1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상품권을 활용, 사전에 개인정보를 구매하거나 해킹해 확보해 놓은 인터넷 게임 아이디로 게임머니를 충전했다.

인터넷 게임에서 게임머니를 상품권으로 충전할 때 별도 본인 확인절차 없이 상품권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돼 진씨가 해킹한 상품권으로 손쉽게 게임머니를 구매할 수 있었다. 문화상품권 발행회사는 자사 사이트가 해킹당한 사실을 2013년 8월에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자금 흐름 등을 추적해 게임머니 국내 판매책 황씨를 지난해 10월 검거했다. 황씨를 통해 진씨의 신원을 파악했다. 이달 초 진씨가 국내에서 유명을 달리한 모친의 보험금을 수령하려고 입국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진씨는 중국의 모 대학에서 컴퓨터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서버관리 업체에서 2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다. 경찰은 진씨가 포함된 해커조직이 사용한 대포계좌에서 각종 범죄로 145억원이 입·출금된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 돈이 중국인 유학생이나 여행객을 통해 이른바 환치기 수법으로 중국 해커조직으로 흘러간 것으로 보고 불법 환전소 운영자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해킹당한 문화상품권 발행회사는 이후 30억원을 들여 사이트 보안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