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닝 쪽지' 건네려 학교 벽 타는 인도 학부모들

입력 2015-03-20 20:00
AP연합뉴스

인도에서 학부모들이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치르는 자녀에게 ‘커닝 페이퍼’를 전달하기 위해 단체로 학교 벽을 기어오르는 사진과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날 인도 동부 비하르주 하지푸르의 한 10학년 시험(고교 입학 자격시험) 고사장 밖에서는 시험 시작종이 울리자 학부모와 수험생의 친척들 수십 명이 5층 고사장 건물의 벽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시험을 치르는 자녀들에게 부정행위를 위한 커닝 페이퍼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마침 현장에 있던 인도 NDTV 등 현지 취재진 카메라에 이 장면이 포착됐다.

근처에 경찰도 있었지만 아무도 이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경찰이 학부모들로부터 돈을 받고 부정행위를 눈감아줬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런 모습은 이곳뿐 아니라 사하르사, 챠프라, 바이샬리 등 비하르주 곳곳의 고사장에서 목격됐다. NDTV는 심지어 이들 학부모들은 자신들의 부정행위를 부끄러워하거나 감추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비하르주 교육 당국은 18~19일 이틀간 부정행위로 515명의 학생을 고사장 밖으로 내보냈으며 학부모 7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P.K. 샤히 비하르주 교육장관은 공공연한 부정행위가 이뤄지고 있음을 인정하며 “140만 명이 넘는 학생이 시험을 보기 때문에 학부모의 협조가 없이는 공정한 시험이 불가능하다”고까지 호소했다. 샤히 장관은 취재진에 “부정행위를 막을 방법이 있으면 말해 달라”며 “정부가 총이라도 쏴야 하나”며 짜증 섞인 반응도 보였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NDTV는 이런 장면들이 인도의 만연한 시험 부정행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은 뒤 이번 사건이 처음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인도에서는 지난해에도 12학년 시험(고등학교 졸업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부정행위로 퇴출됐으며 수십 명의 학부모가 부정행위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됐다.

인도에서 부정행위가 만연한 것은 높은 교육열과 많은 인구에 비해 일자리와 대학 수가 적어 입시경쟁이 매우 치열하기 때문이다. 또 학생 수에 비해 교사 수가 부족해 제대로 교육받지도 못한 상태에서 고난도의 시험이 출제되는 등 교육 시스템의 허점도 학부모들의 부정행위를 촉발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전직 주 교육위원회 의장을 지낸 라지마니 프라사드 신하는 “학교에서 배운 게 없는데 어떻게 제대로 답을 쓰겠나”며 “어떻게든 시험만 통과하고 보자는 게 대다수 마음”이라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