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면수심 어른…“SNS는 내 사냥터” 초중생 300명 협박해 성욕 채운 20대.

입력 2015-03-20 17:51
다단계 업체 판매원 김모(23)씨는 온라인 공간에서 10대 소녀로 행세했다. 카카오스토리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접속해 9~15세 여학생들을 찾아 다녔다. 사춘기에 접어들어 성(性)에 눈을 떠가는 아이들에게 접근해 말을 걸었다. “나도 너랑 같은 나이야. 친해지고 싶어.” 소녀들은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그에게 쉽게 마음을 열었다. 김씨는 그런 아이들을 카카오톡, 라인 등 모바일 메신저로 유인했다. “우리끼리” 좀더 깊은 얘기를 나누자고 유도했다.

그는 사춘기 여학생이 자신의 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는 점을 이용했다. “내 몸을 찍은 사진을 보내줄게. 너도 네 사진을 보여줘” 하며 사진 교환을 요구했다. 김씨가 보낸 사진은 인터넷에서 찾았거나 이미 그에게 ‘당한’ 다른 여학생 사진이었다. 피해 여학생들은 그런 사진을 보고 김씨가 또래 소녀라고 굳게 믿었다.

요구 수위는 점점 높아졌다. 가슴 등 민감한 부위를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내달라고 했다. 상대 여학생이 거부하면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지금까지 네가 보낸 사진을 네 친구들에게 뿌리겠다”는 말에 아이들은 그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2013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김씨가 이렇게 협박해 신체 사진을 받은 여학생은 300명이 넘는다.

범행은 점차 대담해졌다. 지난 1월 중학교 진학을 앞둔 여학생에게 “중학교에 가면 일진들과 성관계를 맺지 않을 경우 왕따당한다. 미리 해봐야 한다”고 협박하며 성관계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 학생에겐 자신이 남자임을 노출한 상태였다. 겁먹은 학생이 협박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면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결국 김씨는 지난 17일 인천의 다단계 판매업체 숙소에서 긴급 체포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김씨를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김씨는 과거에도 유사한 범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전과가 있었다. 김씨는 “여학생 몇 명을 상대로 범행했냐”는 경찰 추궁에 “나도 정확한 수를 모른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의 몸매 사진 등을 SNS에 올린 여학생을 타깃으로 삼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씨의 컴퓨터와 휴대전화에서 피해 여학생의 노출 사진 수천장과 다수의 동영상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피해자를 300명 이상으로 추정했다. 압수품 중에는 김씨가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는 영상도 있었다. 경찰은 “김씨가 노출 사진으로 협박해 여학생과 성관계를 맺었는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자녀 SNS 관리 요령은=청소년들은 SNS를 자기만의 공간으로 여겨 비밀번호를 걸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모가 강제로 “보여 달라”고 하기도 어렵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녀의 SNS 대화 내용 중 유해 단어가 나오면 부모에게 문자로 알려주는 ‘스마트 안심드림’ 애플리케이션 등을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여성가족부 김성벽 청소년매체환경과장은 “SNS가 안전한 공간이 아님을 아이들에게 충분히 알려주고 문제가 생기면 반드시 상의토록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