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자에 흔히 하는 말 “분노가라 앉혀라”… 이게 최선일까요?

입력 2015-03-20 15:06 수정 2015-03-20 15:53
사진=국민일보DB,온라인 커뮤니티

“성폭행 가해자가 등골이 휠 정도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게 이상한가요?”

성범죄피해자가 자신이 원하는 것과는 동떨어진 해법을 요구하는 사회가 안타깝다는 글을 올려 관심을 모은다.

자신을 성범죄 피해자라고 밝힌 글쓴이는 20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은 가해자 처벌과 합의금이지 ‘자기성찰’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우선 자신이 성범죄피해자라는 ‘신분’이 너무 싫다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상담센터 등에 전화하면 대부분 ‘분노를 가라앉혀라’ ‘종교를 가져봐라’ ‘운동해라’ ‘명상을 해보라’등의 자기성찰을 권유하는데 이는 자기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이 진짜 원하는 건 가해자의 처벌 혹은 등골이 휠 정도의 합의금이라는 것.

자기성찰은 자신이 원하면 하는 것이지 그걸 왜 강요하느냐고 주장했다.

가해자측에서도 자꾸 템플스테이나 다도 등 정신수양을 권하기에 법대로 하거나 합의금 내놓으라고 했더니 “넌 분노를 쏟아낼 상대가 필요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글쓴이는 피해를 당한 자신이 왜 자기 일을 돌아보는데 일에 시간과 돈을 써야하냐고 되물었다.

정작 자기성찰이 필요한 사람은 가해자라는 점도 덧붙였다.

그나마 정신과는 좀 자신을 이해해주려하는 것 같았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남이 자기한테 잘못한 성범죄 때문에 상담을 했는데 피해자 어린시절은 왜 물어보냐는게 그 이유다.

글쓴이는 마지막 부분에서 “성범죄 당하면 아무한테나 말하지 마세요”라며 “나쁜 X하고 함께 욕해주는 사람없어요. 대신 새벽기도 도자기굽기 목공 더 바쁘게 살기 등등을 강요받습니다”라고 다소 감정적인 심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분위기가 싫은 건 이상한 건가요?”라고 물었다.

글을 본 누리꾼들은 자신에게 주어지는 선의의 조언을 왜곡된 시각으로 보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도 있지만 글쓴이가 성범죄피해자라고 고백했다는 점, 그리고 성범죄에 관한 사회적 장치가 미비한 현실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되새겨볼 만한 지적이라고 평가했다.

“사회가 미친 것” “피해자에게 너무 많은 것을 강요해요” “절대 이상한 것 아닙니다” “피해자를 더 피해자로 만드는 세상” 등의 댓글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