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피해보상은 무슨” 아기 두개골 골절시킨 산부인과 채무부존재 신청

입력 2015-03-20 12:40 수정 2015-03-21 09:51
두개골 골절 사고 직후 아기의 모습. 사진=김동우 기자
사고 직후 병원장이 작성한 각서. 사진=김동우 기자
산부인과 간호조무사의 실수로 신생아가 낙상사고를 당했다. 두개골 골절과 경막하출혈로 향후 머리뼈 성장을 막는 장애가 생길 수 있는 상황. 그럼에도 병원은 손해 배상을 할 의무가 없다는 ‘채무부존재’ 신청을 냈다.

주모씨는 지난해 11월 10일 강원도 원주의 한 산부인과에서 아들을 낳았다. 이틀째 새벽, 아기에게 수유를 하던 간호조무사는 아기를 떨어뜨리고 만다. 그리고 부모에게 연락을 않은 채 아기는 방치됐다.

사고 발생 직후 병원장은 “치료비와 민형사상 책임, 장애 후유증 등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까지 쓰며 사건을 입막음하려 했다. 하지만 주씨는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아갈 때마다 병원 측과 갈등을 겪어야 했다.

주씨에 따르면 병원 사무장은 “피해 보상은 무슨 피해보상이냐”며 “병원을 찾아와 업무가 방해됐다. 경찰을 부르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주씨는 “병원장이 ‘엄마가 중심을 못 잡고 피해보상을 운운해 실망스럽다’는 말을 할 때 억장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말 못하는 아기와 병원을 드나들며 주씨의 고통은 커져만 갔다. 주씨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중재원 직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병원에서 연락이 와서 채무부존재 확인 신청을 했다. 병원은 손해배상을 할 수가 없다는 주장”이라고 전했다.

주씨는 “제 3자에게서 피해 보상액을 산정하기 위해 중재원에 손해 사정을 했다고 전해 들었다”며 “겉으로는 언론 등에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신청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실상은 피해 보상을 않으려 하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모든 문제는 조무사의 실수로부터 비롯됐다. 조무사 A씨는 사고 경위서에 “야간 근무 중 아기에게 우유를 먹이려고 하다 의자의 위치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떨어져 제 무릎에 아기 머리를 부딪혔다”며 “괜찮을 거란 제 판단하에 아기를 보다가 오전 6시 15분쯤 아이의 머리가 부어오른 것을 본 후 병원장에 20분쯤 전화를 했다”고 적시했다. 이어 “병원장이 확인 후 보호자 분에게 50분 이후쯤 알려 8시 전에 대형 병원으로 보냈다”고 덧붙였다.

사고가 난 직후 아기의 부모에게 알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사고의 발생 시각도 모호하다. 주씨는 “진료 차트에 수유 시간은 기록됐는데 아기의 다친 시간은 기록되지 않았다. 병원에서 주장하는 오전 5시 50분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무사가 아기의 머리가 점점 부어오른 것을 보고서야 병원장에 보고했고, 병원장 역시 동네 병원이 오전 9시에 진료를 시작하니 기다린 후 진료하자며 조치를 미뤘다”고 하소연 했다.

뒤늦게야 주씨는 “자신이 아는 개인 병원으로 가자”는 병원장의 회유를 물리치고 아기를 원주의 한 대형병원으로 보냈다. 진단 결과 두개골 골절과 경막하출혈 발생이 심했다. 향후 두혈종 석회화로 머리뼈 성장을 막을 수 있고 뇌압이 발생되어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아기는 이후에도 추가적인 경련과 발작으로 투병 중이다. 주씨 역시 정신적 충격으로 모유 수유가 멈추고 정신과 진료를 받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소문이 날까 각서까지 써주면서 모든 일을 책임진다고 하더니 이제 와서 치료비를 중단하고 병원 사정이 어렵다는 말만 늘어놓고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병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병원 내 CCTV는 없지만, 조무사는 자신의 무릎에 아기의 머리를 부딪혔다고 말했다. 조무사가 어리고 당황해서 즉시 부모에게 얘기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피해 보상에 대해 당사자들끼리 정할 문제가 아니라 일방적인 경향이 있어 제 3자인 전문가들이 정해야 할 것 같아서 손해 사정을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은 2월 26일까지 치료비를 지급해오다 채무부존재 신청을 계기로 지급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사무장 역시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있으니 주씨 측이 ‘경찰에 신고할 거냐’고 말해 오해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주씨는 “신생아실에 CCTV가 없다는 게 말이 되냐”며 “아기가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때 제왕절개로 배에 실밥이 있는 그대로 아기를 간호했다. 이 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약물 복용으로 아기한테 모유수유도 못하는 못난 엄마라는 죄책감에 잠도 못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기는 뇌를 다쳐 병원 입원한 기록이 있어 보험 가입도 안 된다. 아기의 장애가 평생 남으면 누구의 책임이냐” “진정한 사과는커녕 앞에서는 좋게 말하고 뒤에서는 녹음기를 들이밀며 약점을 잡으려한다”며 고개를 떨궜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