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불화가 변연미 ‘검은 숲’에서 ‘푸른 숲’으로 변화한 까닭은? 3월31일까지 백송화랑 개인전

입력 2015-03-20 11:39
프랑스에서 20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변연미 작가는 숲의 풍경에 관심이 많다. 추계예술대학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에 거주하며 ‘숲’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해왔다. 산속 깊이의 숲이 아니라 도시 주변의 숲이다. 그의 그림은 부러진 선들과 묵시록적인 이미지 등 어두운 단면에서 시작해 자연의 변화에 대한 경의와 감사를 담아낸 신낭만주의 경향으로 나아갔다.

작가가 주로 소재로 삼아온 프랑스 뱅생네 숲의 변화에 따라 작업도 달라졌다. 산불로 인해 척박하고 어두운 환경이 조성됐을 당시에는 검은 숲에 귀 기울이다 숲이 재생하기 시작할 때에는 한결 밝은 톤으로 바뀌었다. 그의 그림은 일반 유화와 다른 독특한 터치와 질감이 느껴진다. 커피찌꺼기, 모래, 먹물, 잉크 등을 덧붙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미술평론가 일레아나 코르네아는 작가의 작품에 대해 “순수한 시적 절제와 억제된 색채로 이루어진 낭만주의는 자연에 대한 경의, 감사, 숭배이며 자연에 대한 동일시이다. 자연과 인간 정신 사이의 일체화 된 유대 관계가 엄숙히 확인된다”고 평했다. 한 예술가가 계속 같은 주제로 작업한다는 것은 드문 일이지만 재탄생과 예기치 못했던 것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대작 위주의 작품을 작업한다. 2m짜리 또는 3m 높이의 큰 화폭에 그림을 그린다. 그는 말한다. “대지보다 넓은 화폭이 필요하다”고. 캔버스에 숲에 대한 기억을 빼곡하게 옮겨 담는다. 이런 작업 과정을 통해 인간들의 삶을 발견한다. 황폐한 숲은 삶의 처참한 현장이고, 함성을 지르며 경쟁하는 전쟁터와도 같은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의 작품이 한결 밝아졌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백송화랑(02-730-5824)에서 여는 개인전에 ‘검은 숲, 그리고 Forest spectrale’라는 타이틀로 신작을 내놓았다. 숲에 빛이 스며든 풍경이 따사로운 봄빛처럼 친근하게 다가온다. 푸른 나무 위로 드리워진 구름은 숲 너머에 있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만의 마티에르로 입체적인 홀로그램을 접하는 기분도 든다. 삶에 대한 태도 변화에 따라 작업도 변화를 하게 되는 것일까.

홍순환 평론가는 전시 서문에서 “검은 숲 연작은 무겁고 비극적인 실존의 덫을 환기시킨다. 그 느낌은 연원을 알 수 없는 어둡고 어딘가 치명적인, 혹은 내 존재와 분리될 수 없는 세계의 어느 끝자락 풍경 같은 불안함으로 다가온다”며 “작가에게 숲은 관찰하고 위안을 불러내는 지점이 아니라 숲 너머의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침묵에 닿아있다”고 평했다. 숲에서 발견하는 각자 삶의 풍경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제공하는 전시다. 그의 작품은 코엑스에서 열리는 화랑미술제 백송화랑 전시장에서도 볼 수 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