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내외가 방일한 미국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 여사를 융숭하게 대접하면서 내달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을 앞둔 ‘사전 정지작업’에 공을 들였다.
아베 총리는 19일 오후 일본 방문 이틀째인 미셸 여사와 총리 관저에서 만난 자리에서 미셸이 주도하는 개도국 소녀 교육 지원에 대해 “여성 교육의 중요성과 의의를 널리 알려 나가는데 우리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부인 아키에 여사가 미셸 여사와 만나 ‘소녀들이 배우게 하자’(Let Girls Learn) 프로젝트에 적극 동참할 것을 표명한데 이어 또 한번 협조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소녀 교육과 관련한 공적개발원조(ODA)로 3년간 420억 엔(약 3889억원) 이상을 부담할 방침이라고 지지통신이 보도했다.
미셸 여사도 “일본의 지원 없이 우리만으로는 안 된다”면서 “앞으로도 함께 노력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또 미일 당국간에 조율중인 아베 총리의 4월말 미국 방문 계획과 관련, “총리 부부를 미국에서 영접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리 내외 뿐 아니라 아키히토(明仁) 일왕 내외도 이날 왕궁에서 미셸 여사와 40여 분간 차를 마시며 환담했다. 총리에 이어 일왕까지 직접 엽접에 나선 것은 미국의 퍼스트레이디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융숭한’ 대접이었다.
이처럼 일본이 미셸에 공을 들이는 것은 역시 내달 아베 총리의 워싱턴 방문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오는 여름 자신의 역사인식을 담아 발표할 종전 70주년 담화를 준비중인 아베 총리로서는 정상회담을 통해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부각시킴으로써 미국을 일본 편에 세울 필요가 절실한 상황이다. 때 마침 일본을 찾은 미셸 여사를 극진히 대접한 아베 총리의 배려가 치밀한 외교적 계산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아베 총리 부부, 내달 아베 방미 앞두고 미셸 여사 '융숭한' 대접 눈길
입력 2015-03-19 2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