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희망이 없다"…20대 장애인 소방서 앞서 분신

입력 2015-03-19 21:05
생활고에 시달리던 20대 지체장애인이 관공서 앞에서 분신을 시도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최근까지도 성실히 직장생활을 해 온 그는 빚 독촉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19일 오전 6시8분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수원소방서 남부119센터 앞에서 이모(27)씨가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

불은 이씨가 발버둥치는 과정에서 스스로 꺼졌다. 불꽃을 목격하고 밖으로 뛰쳐나온 남부센터 근무자는 이씨를 1층 장비세척실로 데려가 물로 세척했다.

이씨는 다행히 숨지지 않았지만 전신에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앞서 이씨는 오전 5시42분쯤 119로 전화를 걸어 “분신을 하려고 기름을 샀다. 위치는 알려줄 수 없고 시체만 처리해 달라”고 신고했다. 소방당국은 이씨에 대한 위치를 추적, 119센터 앞에서 발견했다.

이씨는 지난 13일 국민신문고에 “빚이 많고 빚 독촉이 심하다. 더 이상 답이 안나온다. 분신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이씨는 돈을 벌기 위해 장사를 시작했다가 5000여만 원의 빚을 지게 됐고, 빚독촉을 받으며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왼손 검지에서 소지까지 손가락 4개가 잘리는 사고를 겪었고 이후 철거작업 등을 하며 생활을 이어갔지만 빚은 줄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 13일부터 이씨를 도와주기 위해 개인회생 절차 등을 알아보던 가운데 19일 분신사건이 일어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빚으로 인해 경제생활이 불가능하게 되자 심리적 압박감이 심했던 것 같다”며 “다행히 대화가 잘돼서 개인회생절차를 밟던 중이었는데 극단적인 선택을 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씨 휴대전화에서 내 전화번호가 있어 남부서 직원들이 내게 연락한 것 같다”며 “손가락을 거의 잃고도 살아보려고 애쓰는 모습에 더 돕고 싶었는데 결과가 이렇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