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현안들을 포괄적으로 검토하는 EU 정상회의에서 그리스 구제금융 연장에 관한 그리스와 채권단 간 갈등이 긴급 논의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러시아 제재 연장을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19∼2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 안정화 방안과 러시아 제재 연장 문제, 그리고 EU 에너지동맹 구축 방안 등이 의제로 논의된다.
그리스 의회가 18일 EU 등 국제 채권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도적 위기 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열린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그리스 문제가 공식 의제는 아니지만 긴급 현안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EU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유럽이사회 대변인이 전했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EU 정상회의 개막일인 19일 저녁(현지시간)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을 따로 불러 그리스 사태를 논의할 예정이다. EU 정상회담과 별도로 열리는 ‘그리스 정상회의’에는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그리고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의장도 참석해 그리스 위기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치프라스 총리는 EU 주요국 정상들과 채권단 대표들에게 그리스의 개혁 의지를 설명하고 구제금융 추가 지원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와 채권단은 지난달 20일 현행 구제금융 시한을 4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하면서 그리스가 개혁 정책을 마련하되 재정수지와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주는 조치를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스는 지난달 23일 탈세 방지와 부패 척결, 행정 부문 개혁, 인도적 위기 타개책 등의 개혁 정책안들을 EU 집행위원회 등 채권단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유로그룹은 지난 9일 회의에서 양측 실무진이 이 정책안들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EU 측은 인도적 위기 해결보다 긴축 정책에 무게를 두고 압박에 나섰지만 실무진이 지난주부터 본격화한 기술적 협의는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 안정화 방안이 중점 외교 현안으로 논의된다.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된 러시아 제재 연장을 둘러싼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내전 사태 해결을 위한 ‘민스크 평화합의’로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불안한 휴전이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EU는 휴전 감시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 4개국 정상은 지난달 12일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우크라이나 내전의 휴전과 중화기 철수 등의 평화안에 합의했다.
EU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감시단의 제한 없는 현장 접근 보장을 요구하는 등 휴전감시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투스크 상임의장과 메르켈 총리 등 EU 지도부는 ‘민스크 평화합의’가 완전하게 준수될 때까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유지하고 휴전 위반이 발생하면 추가 제재를 가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휴전 준수와 경제제재 해제를 연계함으로써 러시아에 압박을 가하면서 7월 말 시한인 제재의 연장 여부는 6월에 열리는 차기 정상회의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미사일에 피격 추락해 탑승자 298명 전원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EU는 러시아의 금융, 방위, 에너지 산업 분야의 유럽 내 활동을 제한하는 경제제재를 단행한 바 있다.
EU 집행위원회의 에너지동맹 추진 계획이 EU 정상들에 의해 추인되고 추가적인 가이드라인도 제시될 예정이다. EU 집행위는 지난달 역내 에너지 시장 통합과 에너지 공급망 연결을 골자로 하는 에너지동맹 청사진을 제시했다.
EU는 △에너지 안보 강화 △재생가능에너지 확보 △에너지 효율성 증대 △에너지 시장 통합 △에너지관련 연구·혁신 촉진 등 5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EU 28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에너지동맹을 추진하고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U 정상회의 그리스위기 긴급 논의…러시아 제재 연장 논란
입력 2015-03-19 1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