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가 차한성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신고에 대해 “전관예우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며 철회를 권고했다. 변협이 사회적 물의를 빚은 적이 없는 특정 대법관에 대한 개업신고를 거부한 것은 처음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대한변협 하창우 회장은 앞서 차 전 대법관을 찾아가 개업신고를 철회해달라고 설득했지만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협 회장과 전직 대법관이 변호사 개업을 둘러싸고 충돌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대한변협은 19일 성명서를 통해 “대법관 퇴임자는 변호사 개업으로 사익을 취할 게 아니라 국민에게 봉사하고 사회에 헌신해야 한다”며 차 전 대법관의 개업신고를 사실상 거부했다. 차 전 대법관은 지난해 3월 6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고 지난 18일 개업 신청을 냈다. 변협은 “최고 법관에서 퇴임한 후 변호사 개업을 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며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할 경우 동료 대법관이나 후배 법관들에게 사건 처리와 관련해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대법원 상고사건을 거의 독점하면서 거액을 받는 등 부끄러운 모습을 보인 사례가 많다”며 “전직 대법관들이 변호사 개업을 통해 사익을 취하기보다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변협은 지난 2월 차 전 대법관이 낸 변호사 등록 신청은 받아들인 상태다. 변협 관계자는 “차 전 대법관께서 변호사 자격으로 각종 공익 활동을 하시는 건 가능하다”면서도 “사건을 수임해 사익을 취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어 “차 전 대법관께서는 공익 재단법인에 이사장으로 취임하시겠다고 한다”면서도 “이사장 취임에 그치지 않고 개별적으로 사건을 수임하실 수 있다는 뜻을 굽히시지 않아 부득이하게 철회를 권고하게 됐다”고 말했다.
변협 하창우 회장은 이날 성명서 발표에 앞서 직접 차 전 대법관의 사무실을 찾아 개업신고 철회를 1시간 가까이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 전 대법관은 그러나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변협은 차 전 대법관이 직접 개업신고를 철회할 때까지 신고를 수리하지 않을 방침이다. 차 전 대법관이 변협과 법적 분쟁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지난 1월 신임 변협 회장에 당선된 하 회장은 당선 이후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개업을 금지해 법조계의 고질적인 전관예우 폐단을 개선하겠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변협 “차한성 전 대법관 개업신고 철회해야”
입력 2015-03-19 1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