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기 바이킹 여성 무덤서 아랍어 새겨진 반지 나와

입력 2015-03-19 17:26
9세기 바이킹 여성의 무덤에서 고대 아랍어가 새겨진 반지가 발견돼 바이킹 시대 스칸디나비아 지역과 이슬람세계 사이에 빈번한 교류가 이뤄졌음이 확인됐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은합금으로 된 이 반지는 1800년대 말 스웨덴 비르카 유적지에서 발굴자들에 의해 발견됐다. 반지에는 최근까지 자수정으로 추정된 보라색 유리가 박혀있었다. 이 유리에 고대 아랍어 서체로 ‘알라를 위해’, 또는 ‘알라에게’라는 글씨가 새겨져있는 것이 최근 확인된 것이다.

스톡홀름대학 연구진은 과학저널 ‘스캐닝’(Scanning)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색유리가 박힌 이 반지가 바이킹 시대에 스칸디나비아와 이슬람권간의 직접적 교류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물질적 증거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스칸디나비아 고고 유적지에서 발견된 아랍어가 새겨진 유일한 반지라는 점에서 스웨덴의 바이킹시대 유물 가운데 독특하다”고 덧붙였다.

은반지는 비르카 섬의 보리 북쪽에 있는 한 무덤에서 발견됐다. 유골 주변의 의복과 장신구로 미뤄 무덤의 주인이 여성이고 서기 850년께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스칸디나비아인들은 3400년 전에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 무역을 통해 유리제품을 들여왔다. 따라서 스칸디나비아인들이 2000년 이상이 지난 후에도 해상루트를 통해 이슬람 무역업자들로부터 유리제품을 수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지적했다.

고대 문헌은 약 1000년전 스칸디나비아인들이 당시 서아시아에서 지중해 연안까지 세력을 확장한 이슬람 문명과 교류가 있었다고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추정을 뒷받침해줄 고고학적 증거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