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뿌려야 당선˝… 전화련 회장 무슨 자리이길래

입력 2015-03-19 16:22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전화련)는 1957년 설립됐다. 화물차 사업자들이 모인 이익단체다. 18개 시·도 화물자동차운송협회의 전국 연합체로 가입회사만 1만여곳, 소속 화물차는 20만대에 이른다.

전화련 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인데 회장 선거 때마다 뒷말이 무성하다. 판공비가 연간 2억원에 육박하고 산하 화물자동차공제조합의 인사권을 갖는 등 각종 이권이 상당해서다. 업계에선 전화련 회장에 당선되려면 10억원을 뿌려야 한다는 말까지 나돈다.

이번에도 전화련 회장 선거에서 금품을 주고받은 당선자와 관계자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해 3월 선거에서 투표권을 가진 시·도 화물차운송협회 이사장들에게 1억5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배임증재 등)로 황모(59) 전 회장을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현금 1억원과 상품권 200만원을 받은 이사장 정모(64)씨도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됐다. 수백만∼수천만원 금품을 받은 이사장 3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황씨는 지난해 1월 법인카드로 2000만원어치의 백화점 상품권을 구입한 뒤 정씨 등 3명에게 200만원씩 뿌렸다. 이어 정씨에게는 현금 1억원, 다른 이사장 김모(56·불구속)씨에게는 현금 5000만원을 각각 줬다. 이렇게 당선된 황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해 10월 사임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화련 회장 선거는 2006년과 2007년에도 금품수수로 문제가 됐다.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고질적 병폐는 현직 각 시·도 이사장들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독식하는 독특한 구조 때문이다. 회장 선거 투표권은 시·도 이사장 18명과 회장 1명 등 19명만 갖는다. 일반 회원이 회장에 입후보하려면 이사장 2명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 전화련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황씨와 정씨가 주고받은 금품을 빌린 돈이라고 말을 맞추면서 써둔 A4용지 3장 분량의 ‘시나리오’를 발견하기도 했다”며 “감독기관인 국토교통부에 관련 사실을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