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장기려박사 기리는 ‘장기려路’ 생겨

입력 2015-03-19 15:54

부산 서구에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고 장기려(1911~1995) 박사의 이름을 딴 도로가 생긴다.

서구(구청장 박극제)는 알로이시오기념병원 앞에서 송도탑스빌 앞에 이르는 822m 구간 도로에 ‘장기려로’라는 명예도로명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명예도로명 부여는 장 박사의 업적을 기리고 서구와의 인연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한 것이다.

장기려기념사업회 곽춘호 사무국장 (고신대복음병원 행정처장)은 “서구지역은 관광뿐 아니라 지방을 대표하는 중증환자 수술의 중심지”라며 “복음병원설립자이며 앞선 의료, 참된 의료, 나눔 의료를 펼친 장 박사의 정신을 후세들에게도 알리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도로명을 선택한 구청 및 도로지명위원회 관계자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고신대복음병원은 명예도로를 위한 제막식, 음악회 등 다양한 행사를 장기려기념사업회와 공동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장 박사는 6·25 전쟁 중이던 1951년 7월 부산 고신대병원의 전신인 복음병원을 세워 26년간 원장으로 재직하면서 피란민과 가난한 사람을 무료로 진료하고 봉사활동을 펼쳐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려왔다.

평북 용천 출신의 장 박사는 일제 시대 경성의전을 졸업 후 평양의대와 김일성종합대 교수로 재직하다 6·25 전쟁이 발발한 1950년 부인과 5남매를 북한에 남겨두고 차남과 함께 월남했다.

그는 “의사를 한 번도 못 보고 죽어가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뒷산 바윗돌처럼 항상 서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평소의 소신대로 부산 영도에 천막을 치고 복음병원을 세워 행려병자와 전쟁 고아 등을 무료 진료했다.

1959년 국내 최초로 간대량 절제수술에 성공해 간암 수술의 명의로 우뚝 섰고, 1968년 한국 최초의 의료보험조합인 청십자 의료보험조합을 설립, 운영했다.

춘원 이광수의 소설 ‘사랑’의 주인공인 안빈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고 장 박사가 ‘건강할 때 이웃 돕고, 병 났을 때 도움 받자’라는 취지로 발족한 청십자 의료보험조합은 정부의 의료보험제도 보다 10년 앞선 일이었다.

부산대와 서울대에서 교수로 재직한 그는 봉사정신을 인정받아 국민훈장 동백장과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