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뿌리깊은 흑인 조롱, 경멸...이번엔 사격 연습용 과녁에 '도망가는 검둥이' 그려넣어 논란

입력 2015-03-19 15:39 수정 2015-03-19 15:49
사진은 미국 퍼거슨시에서 발생한 흑인 차별 반대 시위 장면. 유투브화면 캡처

미국 사회에서 흑인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일이 또 터졌다. 이번에는 사우스다코타 주 한 도시에서 열린 총기 박람회에서 흑인에 대한 경멸을 담은 사격 연습용 과녁지가 판매돼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사회에 흑인혐오주의와 인종차별주의가 얼마나 뿌리깊게 박혀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18일(현지시간) ABC방송 등 보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사우스다코타 주 최대 도시인 수폴스에서 열린 총기 박람회(Gun Show)에 달리는 흑인의 실루엣을 과녁으로 그려넣은 사격 연습용 과녁지가 등장했다.

곱슬머리와 두꺼운 입술, 배꼽과 맨발을 드러내는 등 흑인을 우스꽝스럽게 과장한 그림 위에는 “도망가는 검둥이 공식 과녁”(Official Running Nigger Target)이라고 쓰여있다.

‘도망가는 검둥이’라는 표현은 1851년 처음 문서화된 미국 흑인 민요(Run Nigger Run) 가사처럼 노예 순찰차에 잡히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달리는 흑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게다가 검둥이로 해석할 수 있는 니거(nigger)는 흑인의 속칭으로, 미국에서 흑인들끼리가 아니라면 절대 입에 올려서는 안 될 표현이다.

탄환 등의 상품과 함께 이 표적지를 판매한 상인은 “장당 10센트에 팔아 500달러(약56만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그는 “왜 그런 (인종주의적) 상품을 팔았냐”는 지역 신문 기자의 질문에 “왜 팔면 안 되나. 이건 단지 표적지일 뿐인데”라고 답했다. 이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을까”라고 묻자 “당신이 흑인인가?”라고 반문했다.

박람회 주최 측은 “문제의 사격 표적지를 사전 승인한 일이 없다”면서 “혐오 상품을 임의로 가져다 놓고 판매한 해당 업체가 다시는 박람회에 참여할 수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 백인 경찰이 부무장 흑인을 총격 살해해 사회문제화된 바 있다. 또 지난 1월에는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경찰이 흑인들의 사진을 사격 훈련용 표적지로 사용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