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광복 70년, 분단 70년이 되는 해다. 교계에서도 그 의미를 찾으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을 침략한 일본이 반성은커녕 오히려 자기들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을 방문한 독일 메르켈 총리조차 ‘과거의 정리가 화해의 전제’라고 점잖게 꾸짖었다. 진정한 자기성찰을 전제로 한 바른 역사인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 준 것이다. 그런데 근래에는 미국의 셔먼 국무부 정무차관이 양비론적 입장에서 ‘과거사 문제에 한·중·일 모두 책임이 있다’는 발언을 했다. 역사를 단순히 현실 정치의 하부수단으로 생각하고 피해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이다.
역사를 바라볼 땐 객관성이 필요하다. 사실(Fact)은 사실대로 인정해야 한다. 일본은 주변 나라들을 침략했다. 나쁜 전쟁을 했고 많은 한국인과 중국인 등 아시아와 세계를 괴롭혔다.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서로 간의 공통의 가치를 도출해야 진정한 공동체가 될 수 있다.
그리스도인의 역사인식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전 세계를 품을 수 있는 인식이 필요하다. 현상적인 데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본질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본질은 무엇인가. 성경을 통해 보면 그것은 역사 속에 임한 말씀이고 하나님의 뜻이다. 하나님께선 성경을 통해 역사를 기록하게 하셨고 그것을 또 기억하라고 하셨다. 왜 그렇게 하셨을까. 역사를 통해 배우게 하신 것이다.
과거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 그 안에 하나님의 뜻이 들어 있고 그것을 구현하는 것은 우리의 사명이다. 그러므로 인류 역사는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계속 해석돼야 한다. 동시에 그 해석을 통해 역사를 인식해야 한다. 개인의 자아 효능감(Self efficacy)을 일깨우고 더 나아가 공동체적으로 총체적인 효능감(collective efficacy)으로 승화돼야 한다.
여기서 그리스도인에게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성경적 관점에서 역사란 하나님의 말씀과 그에 대한 인간의 반응이다. 이 관계에서 절대적 주체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역사는 그 말씀을 이루어 가는 하나님의 주권적인 섭리다. 그러므로 역사란 살아 있는 하나님의 말씀을 담는 ‘그릇’이다. 그래서 역사발전이란 말씀의 성취로 정의된다. 역사는 말씀의 전우주적 편만을 향해 발전하는 것이다.
흔히 역사발전을 이야기할 때 진영 논리로 접근한다. 높은 자와 낮은 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힘이 있는 자와 없는 자 등으로 구분한다. 어느 한쪽으로 힘의 중심이 옮겨질 때 이 논리를 적용한다. 그러나 이런 접근은 편을 가르고 귀중한 영혼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하나님의 말씀은 모든 진영을 포용한다. 성경은 편파성과 획일성을 말하지 않는다. 다양성과 존재의 존엄성을 말한다. 미움은 개혁을 하지 못한다. 또 다른 미움을 낳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를 바라보는 역사의식이 굽어서는 안 된다.
하나님께선 우리를 역사적인 존재로 창조하셨다. 역사발전을 위해 오늘 내가 잡아야 할 역사의 수레바퀴는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노재경 목사(예장합동 교육진흥원장)
[시온의 소리-노재경 목사] 역사의 수례바퀴
입력 2015-03-19 1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