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국회에 들른 루마니아 의회선교 ‘쌍두마차’

입력 2015-03-19 14:28
루마니아 벤오니 상원 의원, 정홍기 선교사, 쿱사 하원 의원.

“저는 이렇게 새로운 관계를 맺는 일이 기쁩니다. 정치·경제·문화 같은 사회 각 분야뿐 아니라 영적으로도 더욱 가까워지면 좋겠습니다.”(안드레안 벤오니 루마니아 상원 의원)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라면 기독교적 가치를 실천하는 리더십이 꼭 필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아이오안 쿱사 루마니아 하원 의원)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귀빈식당에서 열린 글렌 머레이 미국국가조찬기도회 아시아위원장의 ‘세계한인교류협력대상’ 시상식장. 이 자리에 초청된 벤오니(40), 쿱사(49) 의원에게 이날 모임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듯했다. 국회의원과 목회자, 사업가 등 다양한 분야의 크리스천 인사들이 이른 아침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함께 성경 말씀을 듣고, 기도하며, 격려하는 모습은 좀처럼 경험하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침례교 목사이기도 한 벤오니 의원은 현재 루마니아 자유당 상원 정치외교위원회 간사다. 변호사 출신의 쿱사 하원 의원은 자유당 법사위원회 소속이며, 한·루 의원친선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루마니아 정교회 신자다.

루마니아 의회선교의 ‘쌍두마차’로 불리는 이들이 함께 방한한 것은 처음인데, 정홍기(61·시온장로교회) 루마니아 선교사가 이어온 끈질긴 기도의 열매라고 할 만하다. 23년째 루마니아에서 복음을 전파하고 있는 정 선교사는 10년 전쯤부터 사역의 패러다임에 변화를 시도했다.

“루마니아는 사회 전반에 걸쳐 변화가 필요한 나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낮은 계층뿐 아니라 ‘오피니언 리더’인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변화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정 선교사는 2004년부터 정치·경제계 지도급 인사들을 초청하는 ‘기독교와 사회’ 세미나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당시 그의 협동 목사로 사역하던 벤오니 의원의 ‘국회 입성’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2008년부터 시작된 벤오니 목사의 의원 도전은 유럽연합 의원 출마를 포함해 3수 만에 성공했다.

쿱사 의원은 25년 넘게 자유당을 지지하면서도 정치권을 비판해오다 ‘루마니아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보자’는 심정으로 출마해 의원이 된 케이스다.

이들의 자문 격으로 의회선교를 돕고 있는 정 선교사는 “정치권에 단 한 명의 ‘세례 요한’을 보내 달라는 기도를 하나님께서 들어주셨다”면서 “앞으로 이들이 루마니아에 복음적인 정치 지도력을 확대하는데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벤오니·쿱사 의원은 한국과 한국교회를 향한 관심과 조언도 스스럼없이 꺼냈다.

“한국 교회들이 국가 발전에 기여한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루마니아 기독교에 있어서도 한국 기독교의 선교 모델을 통해 배워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벤오니 의원)

“공산주의를 경험한 루마니아가 통일을 준비하는 한국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통일에 이르는 과정에 많은 비용과 희생이 따를지라도 견뎌내야 합니다.”(쿱사 의원)

정 선교사는 루마니아 선교를 위한 관심과 기도를 당부했다. 그는 “루마니아는 지금 사회·경제적으로 양극화가 심한데다 체계적으로 교육받은 개신교 지도자가 부족해 이단에 대한 우려가 높다”면서 한국교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인구 2200만여명의 루마니아에는 동방정교회 신자가 약 85%에 달한다. 개신교 신자는 약 220만명 정도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