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전만 주고받은 문재인-홍준표 무상급식 회동

입력 2015-03-18 17:50 수정 2015-03-18 23:53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8일 무상급식 지원 중단 문제를 놓고 정면 격돌했다. 문 대표는 “벽에다 대고 얘기하는 줄 알았다”고 격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고, 홍 지사도 “마찬가지다. (문 대표가) 좋은 대안을 가져올 줄 알았다”고 비판했다.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 도지사실에서 열린 회담은 경남의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시작됐다. 그러나 이내 무상급식 지원 중단으로 화제가 전환되면서 회담 분위기는 급속히 냉각됐다.

홍 지사가 먼저 “무상급식이 중단된 것이 아니라 선별적 무상급식으로 전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지사는 또 “지난해 12월 5일 도의회가 서민자녀 교육지원비로 금년도 예산을 확정했기 때문에, 의회가 정해준 대로 집행하는 것이 집행부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밥보다 공부가 우선이 아니냐”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무상급식이) 경상남도에서만 중단된 것은 맞지 않느냐”며 “어른들 정치 때문에 경남의 아이들만 급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고 홍 지사를 몰아세웠다. ‘도의회가 이미 예산을 확정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홍 지사의 설명에는 “천하의 홍준표 지사님이 의회 뒤에 숨으시려느냐”며 “애들 좀 밥은 먹이면서 좀 정치를 하시라”고 일격을 가했다. 홍 지사도 “그러면 대안을 가져오셨어야 했다. 그러면 어떻게 수용할지 노력 검토를 하겠다”고 응수했다.

30여분간 이어진 회담 내내 양측은 전혀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고, 이렇다할 결론 없이 문 대표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며 끝났다. 문 대표는 도청을 떠나면서도 “지금 들어가서는 안 되는, 잘못된 길을 가시는 것”이라고 경고했고, 홍 지사는 “나중에 가서 판단해 볼 일”이라고 맞받았다. 문 대표는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득이 전혀 없다’는 취지로 이날 회담을 평가했다. 이어 “해법 마련을 위해 중재할 길이 있는지 알아보려 했는데, 아예 해법이 없다고 벽을 쳐버리니까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도 앞서 창원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지사를 거칠게 비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동대문에서 뺨맞고 경남에서 슈퍼갑질이냐” “아이들 밥줄 끊으려다 홍지사 밥줄 끊어질 수 있다”며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전병헌 최고위원도 “의무급식을 홍 지사가 대권 관심병으로 악용하는 것은 유치한 정략”이라며 원상복구를 촉구했다.

문 대표는 앞서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새 지도부 구성 후 첫 공식 참배다. 문 대표는 방명록에 “대통령님의 정신을 역사 속에서 되살리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참배 후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 문 대표는 “우리가 오랫동안 조마조마하게 비쳤는데, 앞으로 잘 해나가겠다”고 말했고, 권 여사는 “어제 청와대 회담도 보기 좋았다” “내 마음은 항상 그쪽에 가있다”고 격려했다.

창원·김해=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