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G2 사이에서 샌드위치된 한국

입력 2015-03-18 20:49

한국이 세계 양강(G2)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된 모양새다.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놓고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다. 결국 정부는 사드의 경우 미국의 손을 들어주고, AIIB 가입여부는 중국 편에 서는 식의 결론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정치권과 외교가에서는 “우리 정부가 너무 일찍 패를 내보여줬다”는 부정적 평가가 나온다. 우리 국익을 위해서라도 훨씬 더 지속적으로 두 사안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어야 한다는 의미다.

국방부는 17일 대변인 정례브리핑을 통해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 “주변국이 우리 국방안보 정책에 간섭해선 안 된다”고 천명했다.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의 압박에 대한 화답이었다. 그러나 이 메시지는 지나치게 강경하고 직접적이었다. 발언 자체가 “결국 사드의 주한미군 기지 배치는 용인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사드와 AIIB는 분리된 사안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드와 AIIB는 그 성격과 본질이 다르다”며 “사드는 안보, AIIB는 경제와 금융에 관한 문제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사드와 AIIB는 중요한 전략적·경제적 사안임에는 분명하지만 미·중 사이에 끼어 딜레마에 빠진 상황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우리 정부는 AIIB와 관련해 “아직까지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18일 “AIIB 참여 문제를 공식적으로 회의 절차를 통해 논의한 바가 없다”며 “AIIB 문제는 언론에 났지만 우리 정부로서는 어떤 입장을 밝힌 바가 전혀 없고, 구체적이거나 집중적으로 논의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AIIB와 관련해 가입은 각 국가의 주권에 달린 문제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중국의 지배구조 문제를 제기해왔다. 하지만 영국에 이어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서구 국가들이 잇따라 참여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중국 스스로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보임에 따라 미국의 반대 명분이 사라지고 있다.

문제는 사드다. 한국은 ‘미국 측의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다’는 ‘3NO’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지만 정치권의 공론화에 이어 한·중 외교 충돌로까지 번지면서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을 이어가기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중국 측이 사드와 AIIB를 한꺼번에 제기하면서 서로 무관한 두 사안이 한데 묶인 것 또한 한국정부에게는 당혹스럽다. 논의가 일종의 ‘맞교환’ 형식으로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한석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일각에서는 두 사안을 놓고 ‘바터(1:1교환)’ 거래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면서 “다만 두 사안이 분리돼 있는 데다 특히 사드는 양보를 할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