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이 사거리가 1만㎞가 넘는 새로운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조만간 실전배치할 것이라고 러시아 군사 전문 매체들을 인용해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매체들은 이 미사일이 현재 중국이 개발 중인 ‘둥펑(東風)-31B'라고 소개하면서 중국이 올해 안에 이 미사일 개발을 마치고 또다른 신형 ICBM ‘둥펑-41’까지 개발하면 프랑스를 제치고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의 핵강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군사전문사이트 ‘보엔니 인포르마토르'는 중국이 둥펑-31B를 곧 실전배치할 것이라고 소개하면서 중국군이 이 미사일을 실험하고 있다는 세실 헤이니 미군 전략사령부 사령관의 발언을 전했다.
헤이니 사령관은 지난달 말 의회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중국이 개별 유도가 가능한 여러 개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새로운 이동식 고체 연료 ICBM을 실험하고 있다”면서 “이 미사일의 출현이 중국의 핵 프로젝트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러시아 매체는 헤이니 사령관이 언급한 중국의 신형 이동식 발사 ICBM이 사거리 1만1200㎞인 둥펑-31B일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은 지난해 9월 25일 이 미사일의 발사 실험을 처음으로 실시했다. 지난달에는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 이 미사일을 장착한 이동식 발사대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에선 문 4개가 달린 조종실과 바퀴 16개가 달린 트레일러 트럭 모양의 이동식 발사대를 갖춘 둥펑-31B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미사일의 외관은 러시아의 ICBM인 ‘토폴-M' 혹은 ‘야르스'와 유사하다.
둥펑-31B의 제원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성능이 러시아 토폴-M 미사일과 유사한 수준이라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토폴-M급 미사일은 발사 시간이 5분 이하로 발사 상황 포착과 요격이 어렵다. 10여개의 보조엔진이 장착돼 있어 전형적 탄도 모양이 아닌 뱀 모양으로 비행해 위치 추적도 힘들다.
지난해 9월 중국이 처음으로 둥펑-31B의 실험 발사에 성공한 소식이 알려졌을 때 워싱턴에서는 미국 본토가 중국 핵미사일의 사정권에 들어가게 됐다며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게다가 실험이 발사 상황 포착이 어려운 이동식 발사대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는 더욱 커졌다.
전(前) 러시아 전략미사일군 참모장 빅토르 예신은 자국 군사전문 TV 채널 즈베즈다에 “둥펑-31B 미사일은 어느 곳에서든 (적의 선제 공격에 이은) 대응 핵타격을 가할 수 있다”며 “이동식 발사대에 실린 미사일이 빠른 속도로 거대한 중국 영토로 분산 배치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발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이동식 발사대 개발 프로그램은 미국의 선제공격에 맞설 대응 핵타격 전략의 일환”이라면서 “중국이 산악 지역에 터널을 파고 이동식 발사대를 숨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핵무기 전문가인 블라디미르 드보르킨은 즈베즈다에 “중국이 러시아, 미국과 마찬가지로 지상·해상·공중 3두 핵전력을 갖추려고 애쓰고 있다”면서 “중국이 실제로 미·러의 핵무기 분야 헤게모니를 무너뜨릴 수 있는 가능성에 근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핵전력은 60기의 둥펑-21(소련제 중거리 탄도미사일 RSD-10 ‘피오네르'와 유사), 20~30기의 둥펑-31/31A(러시아제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 ‘토폴'과 유사)로 구성돼 있다.
올해까지 둥펑-31B의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이동식 미사일 수가 130~140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사거리가 1만4000㎞에 이르는 둥펑-41 미사일 개발까지 완료되면 이동식 미사일 수가 200~240기로 늘어난다.
그렇게 되면 중국의 핵전력은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3위에 오를 것이라고 러시아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미국 분석가들도 “1만1000㎞를 넘는 둥펑-31B의 사거리는 미국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중국이 이동식 발사대를 통해 장거리 ICBM 발사 실험을 하는데 대해 큰 우려를 나타냈다.
환구시보는 미국이 올해부터 2020년까지 21기의 정찰위성을 발사할 예정이지만 그럼에도 중국의 이동식 ICBM을 완전히 감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中, 이동식 신형 ICBM ‘둥펑-31B’ 곧 실전 배치”
입력 2015-03-18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