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명이 성경 1754페이지 한자리서 필사… 신촌성결교회 전교인 성경 필사 행사

입력 2015-03-18 17:18
서울 신촌성결교회(이정익 목사)는 올해 60주년을 맞아 성도 1800여명을 모집해 성경 1754페이지를 한자리에서 필사하는 기념행사를 마련했다. 지난 15일 성도 400여명은 서울 마포구 교회 내 ‘아천홀’과 ‘만나홀’ 두 곳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각자 배정된 성경 한 페이지씩을 손으로 썼다. 교회는 당초 성경필사를 한날 진행하려 했으나 장소를 구하지 못해 4회로 나누었다. 이날은 지난 8일에 이어 두 번째다.

교회는 수험장을 연상케 했다. 건물 밖에서는 수험표를 확인하듯 안내요원들이 각 성도의 이름을 확인하고 필사할 성경 페이지와 필사할 종이, 볼펜 등이 든 ‘필사 세트’와 명찰을 내줬다. 건물 안엔 책상과 의자가 줄지어 놓여 있었고 필사에 참가하는 성도들이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았다.

진행자는 강단에서 주의사항을 신신당부했다. 필사할 성경 페이지를 정자로 똑같이 쓸 것, 문장에는 마침표를 찍지 말 것, 각 장을 표시하는 숫자는 두 줄에 걸쳐 본문 글씨보다 크게 쓸 것 등을 강조했다. 그는 “쓰다가 틀리면 조용히 손을 드세요. 안내요원이 새 용지를 줄 겁니다. 긴장하지 말고 천천히 쓰세요”라고 말했다.

필사가 시작된 지 10여분도 되지 않아 곳곳에서 손을 들었다. 역대하 29장을 쓰던 경기도 성남 한지수(25·여)씨는 ‘속죄’를 ‘속제’라고 잘못 썼다. 이미 절반을 쓴 그는 “스태프가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바람에 헷갈렸다”고 머쓱해 했다. 시편 41편이 있는 페이지를 거의 다 쓰던 서울 성산동 김현숙(53·여) 권사는 “‘계시는’을 ‘계신’으로 잘못 썼다”며 “이 한 글자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하다니…”라며 아쉬워했다.

교회는 이번 행사를 위해 지난달 초 필사할 성도를 모집하고 필사할 페이지를 각 사람에게 배정했다. 또 연습용 필사세트를 일주일 전에 배부해 각 가정에서 미리 써 보도록 독려했다.

교회는 오는 29일을 마지막으로 필사한 성경을 제본해 교회 내 박물관에 전시할 예정이다. 또 별도의 성경으로 인쇄해 성도들에게 기념물로 배포할 계획이다. 제본한 각 페이지에는 필사한 성도의 이름과 직분이 기록된다.

필사에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최고령 90세 이옥희(여) 전도사까지 참여했다. 이 전도사는 요한계시록 마지막 장을 맡았다. 그는 “기념비적인 성경 필사에 참여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신촌성결교회 외국인 예배에 참석하는 미국인도 참여했다. 서강대 한국어 어학당에서 한글을 배웠다는 키스(30)씨는 “1시간30분 동안 4분의 1밖에 못 써 제출하지 못했다”면서 “썼다기보다 그렸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라며 웃었다.

해외 일정 때문에 1회 때 참석하지 못하고 이날 창세기 1장을 필사한 이정익 목사는 “이틀을 연습했는데도 한 페이지를 쓴다는 게 쉽지 않더라”면서 “직접 써 보니 성경을 읽는 것과 또 다른 은혜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성도들이 한자리에 모여 성경을 통째로 필사하는 것은 한국교회에서 처음이다. 행사를 돕는 대한성서공회 측은 “이전에도 전교인 성경 필사가 있었지만 성도들이 가정 등에서 미리 써 오는 식이었다”고 설명했다.

교회는 성경 필사 외에도 6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지난달 11일에는 서울 잠실에 ‘세움교회’를 분립하고 개척예배를 드렸다. 5월 14일에는 ‘뉴 러시아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교회로 초청해 지역민을 위한 열린음악회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