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촌성결교회(이정익 목사)는 올해 60주년을 맞아 성도 1800여명을 모집해 성경 1754페이지를 한자리에서 필사하는 기념행사를 마련했다. 지난 15일 성도 400여명은 서울 마포구 교회 내 ‘아천홀’과 ‘만나홀’ 두 곳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각자 배정된 성경 한 페이지씩을 손으로 썼다. 교회는 당초 성경필사를 한날 진행하려 했으나 장소를 구하지 못해 4회로 나누었다. 이날은 지난 8일에 이어 두 번째다.
교회는 수험장을 연상케 했다. 건물 밖에서는 수험표를 확인하듯 안내요원들이 각 성도의 이름을 확인하고 필사할 성경 페이지와 필사할 종이, 볼펜 등이 든 ‘필사 세트’와 명찰을 내줬다. 건물 안엔 책상과 의자가 줄지어 놓여 있었고 필사에 참가하는 성도들이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았다.
진행자는 강단에서 주의사항을 신신당부했다. 필사할 성경 페이지를 정자로 똑같이 쓸 것, 문장에는 마침표를 찍지 말 것, 각 장을 표시하는 숫자는 두 줄에 걸쳐 본문 글씨보다 크게 쓸 것 등을 강조했다. 그는 “쓰다가 틀리면 조용히 손을 드세요. 안내요원이 새 용지를 줄 겁니다. 긴장하지 말고 천천히 쓰세요”라고 말했다.
필사가 시작된 지 10여분도 되지 않아 곳곳에서 손을 들었다. 역대하 29장을 쓰던 경기도 성남 한지수(25·여)씨는 ‘속죄’를 ‘속제’라고 잘못 썼다. 이미 절반을 쓴 그는 “스태프가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바람에 헷갈렸다”고 머쓱해 했다. 시편 41편이 있는 페이지를 거의 다 쓰던 서울 성산동 김현숙(53·여) 권사는 “‘계시는’을 ‘계신’으로 잘못 썼다”며 “이 한 글자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하다니…”라며 아쉬워했다.
교회는 이번 행사를 위해 지난달 초 필사할 성도를 모집하고 필사할 페이지를 각 사람에게 배정했다. 또 연습용 필사세트를 일주일 전에 배부해 각 가정에서 미리 써 보도록 독려했다.
교회는 오는 29일을 마지막으로 필사한 성경을 제본해 교회 내 박물관에 전시할 예정이다. 또 별도의 성경으로 인쇄해 성도들에게 기념물로 배포할 계획이다. 제본한 각 페이지에는 필사한 성도의 이름과 직분이 기록된다.
필사에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최고령 90세 이옥희(여) 전도사까지 참여했다. 이 전도사는 요한계시록 마지막 장을 맡았다. 그는 “기념비적인 성경 필사에 참여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신촌성결교회 외국인 예배에 참석하는 미국인도 참여했다. 서강대 한국어 어학당에서 한글을 배웠다는 키스(30)씨는 “1시간30분 동안 4분의 1밖에 못 써 제출하지 못했다”면서 “썼다기보다 그렸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라며 웃었다.
해외 일정 때문에 1회 때 참석하지 못하고 이날 창세기 1장을 필사한 이정익 목사는 “이틀을 연습했는데도 한 페이지를 쓴다는 게 쉽지 않더라”면서 “직접 써 보니 성경을 읽는 것과 또 다른 은혜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성도들이 한자리에 모여 성경을 통째로 필사하는 것은 한국교회에서 처음이다. 행사를 돕는 대한성서공회 측은 “이전에도 전교인 성경 필사가 있었지만 성도들이 가정 등에서 미리 써 오는 식이었다”고 설명했다.
교회는 성경 필사 외에도 6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지난달 11일에는 서울 잠실에 ‘세움교회’를 분립하고 개척예배를 드렸다. 5월 14일에는 ‘뉴 러시아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교회로 초청해 지역민을 위한 열린음악회를 개최한다.
1800명이 성경 1754페이지 한자리서 필사… 신촌성결교회 전교인 성경 필사 행사
입력 2015-03-18 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