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외교 비리 수사] 경남기업이 수사 표적 1호가 된 이유는?

입력 2015-03-18 20:37

검찰이 해외 자원개발 비리 수사의 ‘1호 타깃’으로 경남기업과 한국석유공사를 지목한 이유는 경남기업이 정부의 ‘성공불융자’ 제도를 악용해 저금리 지원금 혜택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에특회계)가 이 융자금의 원천이다.

18일 본격적으로 시작된 검찰 수사의 주된 표적은 2005~2010년 러시아 캄차카 석유광구 탐사 사업에 참여한 경남기업의 특혜 여부다. 검찰은 경남기업이 자원개발을 명분 삼아 정부의 지원만 받으려 했는지,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석유공사와의 유착 비리는 없었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기업이 최선을 다해 자원개발에 주력했는지, 석유공사의 사업비 처리 과정에 횡령·배임은 없었는지도 장기적인 규명 대상이다.

◇밑져도 본전 이상…공범 있었나=러시아 캄차카 지역의 ‘티길(Tigil)’ ‘이차(Icha)’ 등 6364㎢ 광구에서 시행된 이 사업에는 석유공사(지분 27.5%)를 필두로 경남기업(10.0%) SK가스(7.5%) 등이 2005년 12월 한국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했다. 한국 컨소시엄은 2005~2009년 광구 탐사에 3000억원가량 투자했다. 한국컨소시엄 내 경남기업 지분은 20%였다. 거액 투자에도 별다른 탐사 실적을 내지 못했다. 석유공사는 2010년 10월 사업을 접었다.

사업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에특회계 해택을 받은 경남기업은 유동성 측면에서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경남기업이 석유공사로부터 차입한 성공불융자 자금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155억6773만원이다. 향후 정부 감면위원회 의결을 거쳐 줄어들 여지도 있는 채무다. 2023년 말이 만기인 이 장기차입금의 금리는 정부 방침에 따라 초저금리 수준인 연 0.75%로 유지된다.

이렇다 할 유전 개발 경험이 없는 경남기업이 사업에 참여할 때 증권가에서는 “탐사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매장량 확인조차 안 된 광구라는 이유였다. 검찰은 경남기업이 컨소시엄에 낀 배경, 기대수익률 저하에도 한국컨소시엄이 사업을 지속한 이유 등을 면밀히 살필 것으로 보인다. 석유공사의 컨소시엄에 끼려는 기업들이 편법을 동원하고, 이 관행이 도덕적 해이로 이어진다는 비판은 그간 꾸준했다.

◇석유만? 다른 의혹은 없나=러시아 캄차카 석유광구 탐사 사업은 국고 손실 논란을 빚은 지난 정부의 자원외교 사업 중 일부분일 뿐이다. 검찰 관계자는 “석유개발 문제뿐 아니라 해외 자원개발과 관련한 모든 사안을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기업 역시 다른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서 비리 의혹을 사고 있다. 니켈 국내 수요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목표로 한국광물자원공사가 2007년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 추진한 ‘암바토비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해외 자원외교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광물공사가 2010년 경남기업의 사업 지분을 비싼 값에 매입, 116억원대 손실을 입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사업의 결과는 20억 달러 적자다.

당시 광물공사와 경남기업이 암바토비 사업을 대하는 자세에도 문제가 많았다고 한다. 광물공사 감사실은 2010년 “발전소 건설과 정련시설공사가 지연돼 사업 차질이 발생하는데, 내부 보고체계마저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암바토비 발전소 건설공사의 발주자인 다이나텍 마다가스카르는 완공 지연을 이유로 경남기업, 대우인터내셔널, 현대엔지니어링 등 3사에 113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이경원 정현수 문동성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