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카드 리드기’ 구매, 비트코인으로 외국인 카드정보 구입해 위조… 무서운 10대들

입력 2015-03-18 16:38
경기 남양주에 사는 이모(15)군은 지난해 10월 인터넷 사이트 아마존에서 ‘리드 앤 라이터’라는 기계를 15만원에 구매했다. 시중에서도 흔히 구할 수 있는 장비로 보통 회원카드 발급 등에 사용된다. 하지만 이군의 목적은 달랐다. 그는 신용카드 위조를 위해 이 기계를 사들였다.

위조법은 간단했다. 이군은 외국계 모바일메신저 ‘QQ’ ‘ICQ’를 통해 건당 3만원에 외국인 명의 개인정보를 샀다. 주로 미국인 명의의 신용카드 정보였다. 결제는 온라인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썼다. 금융기관 등을 거치지 않고도 인터넷으로 개인끼리 직거래할 수 있어 흔적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리드 앤 라이터를 통해 미리 준비한 실제 신용카드의 마그네틱 띠에 다른 카드 정보를 입혔다. 이런 방식으로 60장을 위조했다. 손에 익자 위조하는데 1분도 채 안 걸렸다.

집 앞 편의점에서 테스트를 거친 이군은 중학교 동창 표모(15)군 등 5명과 함께 본격적으로 범행을 시작했다. 지난 1월부터 두 달 동안 컴퓨터 부품 등을 구매하거나 유흥비 등으로 795차례에 걸쳐 2억원 상당을 위조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구매한 컴퓨터 부품을 장물업자에게 되팔아 6100만원을 현금화하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포차나 대포폰, 가명을 사용했다.

이군의 범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송모(19)군에게 리드 앤 라이터 1대를 판매하고 관련 수법을 알려줬다. 송군은 배우는 대가로 이군에게 실물 신용카드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송씨는 친구 2명과 함께 배운 대로 신용카드 29장을 위조했다. 163차례에 걸쳐 4000여만원을 결제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18일 이군과 송씨 등 4명을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표군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관계자는 “피의자들이 신용카드를 위조하는 데 사용한 기기는 불법 장비가 아니지만 범행에 사용되면서 불법 장비가 됐다. 최근 위조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범죄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리드 앤 라이터를 이용한 유사범죄는 잦다. 지난해 7월 교도소를 나와 보호관찰을 받던 송모(35)씨는 신용카드 위조를 위해 주유소에 위장 취업했다. 고객이 주유 결제를 위해 카드를 건네면 소형 리드 앤 라이터를 이용해 순식간에 카드 정보를 빼돌렸다. 그는 신용카드 40장을 위조해 4200만원을 부정 사용했다.

박모(35)씨도 지난해 11월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지인 서모(38)씨를 찾아가 면회하며 리드 앤 라이터를 이용한 위조수법을 배웠다. 박씨는 신용카드 43장을 위조한 뒤 200차례에 걸쳐 450만원을 결제했다. 경찰은 송씨와 박씨를 구속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