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궂은 운명이다. 문태종(40·창원 LG)과 문태영(37·울산 모비스) 형제 이야기다. 이들은 18일부터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에서 또다시 만났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이들 형제는 팀의 운명을 어깨에 짊어진 채 외나무다리에서 한 판 대결을 펼치고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문씨 집안 형제가 만나는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이전 두 번은 모두 동생 문태영이 이겼다. 지난 시즌 문태영이 이끄는 모비스는 챔피언결정전에서 형이 소속된 LG를 4승2패로 꺾고 챔피언이 됐다. 당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는 문태종이 뽑혔지만 챔피언결정전 MVP는 동생 문태영이 받았다. 그 전 시즌에도 동생은 인천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고 있던 형을 6강 플레이오프에서 3연승으로 꺾고 4강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가 우승 반지를 꼈다.
그래서 문태종은 이번에는 반드시 형으로서의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자세다. 그는 “3시즌 연속 동생과 플레이오프에서 만나게 됐다”면서 “이번에는 열심히 해서 이기고 싶다”고 다짐했다. 반면 동생은 여유만만하다. 문태영은 “형과 두 차례 플레이오프에서 모두 이겼다”면서 “이번에도 똑같을 것이다. 형이 먼저 집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태종과 문태영은 국내를 대표하는 슈터다. 문태영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경기당 평균 16.92점을 넣었다. 전체 8위이자 국내 선수만 놓고 보면 1위에 올라 있다. 젊은 만큼 객관적인 기록에선 형을 압도한다. 문태종은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경기당 12.02점을 넣어 이 부문 15위에 이름을 올려 만만찮은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두 형제는 생김새와 포지션(포워드)은 비슷하지만 스타일이 전혀 다른 농구를 한다. 문태영은 올 시즌 713개 야투 시도 중 3점슛 시도가 47개에 불과할 정도로 골밑을 파고들어 득점을 올린다. 반면 문태종은 외곽포가 일품이다. 또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터트리는 ‘클러치’ 능력에서 국내 최고다. 실제 문태종은 고양 오리온스와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3, 4차전 부진했지만 4강 플레이오프로 가는 길목인 5차전에선 19점, 12리바운드로 맹활약해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성격도 완전히 다르다. 문태종은 항상 조용하고 침착한 플레이를 펼친다. 억울한 판정이 나와도 그냥 웃고 넘긴다. 그래서 올 시즌에도 테크니컬 파울이 하나도 없다. LG 관계자는 “문태종이 플레이오프와 같은 승부처에서 좀 더 터프한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동생 문태영은 다혈질이다. 매 경기 상대 선수들과 치열한 신경전을 펼친다. 감정 기복이 심해 올 시즌 테크니컬 파울을 무려 10개나 받았다. 한 시즌 역대 최고 기록이다.
이번 형제의 대결에선 문태종이 얼마나 체력을 유지하느냐, 문태영이 얼마나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느냐에 따라 팀의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프로농구] PO에서 세번째 만나는 문태종·태영 형제의 얄궂은 운명
입력 2015-03-18 1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