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 녹십자 경영권 분쟁 속 녹십자 ‘과거사 의혹'

입력 2015-03-18 13:28
20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일동제약이 녹십자 측과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이 과정에서 국내 2위 제약회사인 녹십자가 ‘과거사 의혹’이 불거져 논란을 빚고 있다. 녹십자가 악명 높은 전쟁 범죄집단인 일본 ‘731부대’ 수뇌부가 설립한 ‘미도리주지’와 제휴 관계에 있었다는 것이다. 731부대는 일제 식민지 전쟁 당시 생화학 무기를 만들기 위해 끔찍한 생체실험을 자행했지만 수뇌부는 처벌받지 않고 일본 의학계의 엘리트로 성장했다.

이들은 혈액은행을 만들어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혈액을 공급하고 이렇게 번 돈으로 미도리주지를 설립했다. 미도리주지는 1980년대 중반부터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를 유발하는 혈액제제를 팔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뒤 98년 요시도미제약에 합병됐다.

녹십자와 갈등을 빚고 있는 일동제약 노조에 따르면 녹십자의 전신인 극동제약은 70년 미도리주지와 기술 제휴를 통해 혈액분획제제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극동제약은 이듬 해 회사 이름을 녹십자로 변경했다. 녹십자는 89년 미도리주지와 50대 50의 지분을 투자해 합작회사 녹우제약을 재출범시켰다.

일동제약 노조 측은 17일 “녹십자는 2000년 녹우제약의 지분을 웰화이드라는 일본 기업에 전량 처분했는데, 웰화이드는 바로 요시도미제약이 미도리주지를 합병해서 세운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녹십자 측은 제휴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제약업만이 아니라 자동차, 철강 등 모든 산업이 과거 일본 업체의 기술을 받아들여 오늘에 이른 것”이라며 “녹십자만이 그런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해명했다.

한편 오는 20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일동제약은 2대 주주로서 이사 및 감사 선임에 대한 주주권리 행사를 하겠다는 녹십자 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일동제약은 신임 이사 후보로 이정치 일동제약 회장과 서창록 고려대 교수를, 신임 감사로는 이상윤 전 오리온 감사를 추천했다. 이에 반해 녹십자는 허재회 전 녹십자 사장과 김찬섭 녹십자셀 사외이사를 각각 사외이사와 감사로 내세웠다.

일동제약 측은 “녹십자의 주주제안에 협력할 만한 기본적 신뢰가 없고, 무엇보다 동종업계 경쟁자가 이사회에 들어오면 영업비밀과 전략이 유출될 수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녹십자가 2대 주주로서의 권리행사가 아닌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위한 꼼수라는 게 일동 측의 견해다.

이에 대해 녹십자측은 “기관투자가와 개인주주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는 현장에서 결정될 것”이라면서 주총에서 표 대결 강행방침을 밝혔다.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