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 한 사람이 필요하다

입력 2015-03-18 13:27

세계적인 벤처 창업가이자 투자자 피터 틸(Peter Thiel·48)이 연세대 경영대학 100주년 기념 특별 초청 강연회에서 한국 대학생들을 만났다. 틸이 가장 강조한 키워드는 ‘독점적 가치’였다. 그는 지난해 발간한 그의 저서 ‘제로 투 원(ZERO to ONE)’에서 성공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0(無)에서 1(有)을 만들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독점적 하나를 만들어내는 ‘제로 투 원’ 전략은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인도하시는 하나님 섭리 법칙이기도 하다. 룻기는 4장 85구절로 구성된 짧은 책이지만 하나님께서 한 사람의 인생에서 무엇을 하실 수 있는 가를 보여주셨다. 모압여자 룻을 통해 다윗의 할아버지 오벳이 태어나고 메시야 가문 여자가 되는 과정이 ‘제로 투 원’ 전략이었다.

유다 베들레헴 엘리멕렉(하나님은 나의 왕이시다)와 나오미(유쾌함)은 유다 땅에 기근과 흉년이 오자 이웃나라 모압으로 두 아들 말론, 기룐과 피신합니다. 엘리메렉 가족의 피신은 하나님을 거역하는 행동이었습니다. 살겠다고 떠난 땅에서 나오미는 10년만에 남편과 두 아들을 모두 잃게 됩니다. 남자들은 다 죽고 세 과부만 남았습니다. 나오미는 고향 베들레헴으로 돌아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가득 찬 채로 이 곳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주께서는 나를 텅 비어서 돌아오게 하셨습니다. 주께서 나를 치시고, 전능하신 분께서 나를 불행하게 하셨는데, 이제 나를 나오미라고 부를 까닭이 어디에 있겠습니까?”(1:21 새번역).

하나님은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 삶의 실패, 파멸의 자리에서 새로운 섭리를 보여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시려면 하나님이 쓰실 ‘한 사람’이 필요합니다. 나오미에게 그 한 사람은 며느리 룻이었습니다. 룻(우정, 친구, 동반자)이 나오미 곁에 남았습니다. “나더러, 어머님 곁을 떠나라거나, 어머님을 뒤따르지 말고 돌아가라고는 강요하지 마십시오. 어머님이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님이 머무르시는 곳에 나도 머무르겠습니다. 어머님의 겨레가 내 겨레이고, 어머님의 하나님이 내 하나님입니다. 어머님이 숨을 거두시는 곳에서 나도 죽고, 그 곳에 나도 묻히겠습니다. 죽음이 어머님과 나를 떼어놓기 전에 내가 어머님을 떠난다면, 주께서 나에게 벌을 내리시고 또 더 내리신다 하여도 달게 받겠습니다”(1:16-17 새번역)

하나님은 룻을 통해 나오미가 잃어버린 것을 회복하셨을 뿐 아니라 메시야 가문을 잇게 하시고 기생 라합과 함께 메시야 여자로 만드셨습니다. 오늘 우리 곁에서 룻처럼 우정과 신뢰로 끝까지 내 곁에 머물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나님의 섭리가 작동될 수 있습니다.

세계침례교 총회장을 지낸 김 장환 목사(수원중앙침례교회 원로목사)에게 6?25 참전 미군 상사 칼 파워스(Karl Powers)가 있었습니다. 그는 김 장환 목사를 미국으로 데려가 공부시키고 공부를 후원하기 위해 평생 독신으로 살며 후원자와 중보자가 되어주었습니다.

다윗의 광야 생활을 견뎌내고 이스라엘 기름부음 받은 왕으로서 정체성과 소명을 잃지 않게 만들어준 사람은 요나단이었습니다. 여인의 사랑보다 더 큰 우정으로 다윗 곁에 끝까지 머물러 있던 ‘한 사람’ 요나단이 있을 때 하나님의 섭리가 ‘제로 투 원’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조경호 목사(대전대흥침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