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알 때문에 칼부림까지"...절친 노점상 둘이 앙숙된 사연

입력 2015-03-18 09:26

서울의 한 시장에서 오랜 절친 이었던 50대의 두 노점상이 세상에 만고없는 앙숙이 됐다. 그들이 팔던 ‘삶은 오리알’ 때문이었다. 사연은 이렇다.

52세 A씨(여)와 두 살 위인 B씨(여)는 서울 동대문구의 한 시장에서 나란히 앉아 노점을 하며 ‘언니, 동생’으로 사이좋게 물건을 팔아왔다.

이곳에 먼저 터를 잡고 채소장사를 하던 A씨 바로 옆에 B씨가 오리알 노점을 편 것은 2011년. 처음 2년간 이들은 서로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돕고 지낼 정도로 좋은 이웃이었다. 새로 온 B씨를 배려했고 B씨도 A씨를 의지했다.

하지만 채소장사인 A씨가 B씨의 취급 품목인 오리알을 팔기 시작하면서 둘 사이는 급속히 나빠졌다. 노점 앞 공터를 사용하는 문제 등을 두고 고성이 오가는 일도 잦아졌다.

그러다 지난해 4월 A씨가 한 남성으로부터 흉기로 공격당하는 일이 일어나자 두 사람의 관계는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형국으로 악화됐다.

18일 서울동대문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B씨의 노점에서 오리알을 먹던 C(58)씨가 휘두른 9㎝가량의 흉기에 찔려 크게 다쳤다.

5년 전부터 B씨를 알고 지내던 C씨가 A씨의 오리알 장사를 언급하며 “B씨 장사를 방해하지 마라”고 했고, A씨가 “B씨와 내연 관계냐”라고 응수하자 홧김에 흉기를 휘두른 것이다.

A씨는 C씨가 법정에서 “B씨의 부탁을 받고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하자 B씨를 살인교사 혐의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C씨 진술에 일관성이 없어 믿을 수 없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했다.

두 사람은 이 밖에도 A씨의 동업자가 B씨에게 손찌검했다거나, B씨가 A씨를 상대로 심한 욕설을 했다는 등 이유로 수차례에 걸쳐 고소를 주고받았다.

A씨는 최근에도 B씨가 지난해 9월 자신을 폭행했다며 고소장을 냈다. A씨가 무심코 노점 경계선 너머로 의자를 밀었는데 B씨가 이를 발로 차버리는 바람에 발목을 다쳤다는 주장이다.

A씨는 “반년이 지나도록 나를 대하는 태도가 변하지 않아 고소하게 됐다”고 주장하는 반면, B씨는 “모두 A가 꾸며낸 것이다. 그는 전에도 나를 살인 교사범으로 몰아갔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두 사람의 진술이 극명하게 엇갈림에 따라 상황을 밝혀 줄 목격자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