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세상] 중외제약, 하루 40만개 이상 수액제 생산…세계 최대 규모

입력 2015-03-17 19:11
스포이드 끝에 집중된 연구원의 눈빛이 사뭇 진지하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이 다양한 색깔의 시약에 떨어지며 마술을 부린다. 이곳은 생명을 살리는 물. 수액을 연구하는 곳이다. 수액은 사람의 핏속에 들어가는 물인지라, 한 마리의 세균도 용납될 수 없다. 그래서 공장 근로자들은 모두가 흰색 위생복과 위생모에 장갑까지 끼고 있다. 청결하고 깔끔한 공정과 철저한 물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오인영 김포우리병원 응급센터장은 “우리 몸의 70%가 수분이고, 이 중 1~2%만 부족해도 장기는 수분 부족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질병과 노화로 이어진다”며 “병원을 찾는 응급환자의 90%이상이 수액제 주사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당진에 위치한 JW중외제약의 수액제 생산단지. 하루 40만개 이상의 수액제가 생산되는 이곳은 단일 수액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기초수액제, 영양수액제, 투석액, 생리식염수 등 생산되는 수액제 종류만 해도 120여종이다.

지하에서 뽑아 올린 물이 수액제가 되기 위해 거치는 공정은 총 13단계. 물 수급부터 보관·출고까지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멸균 상태를 유지한다. 모든 과정이 자동화되어 있지만 두 단계는 반드시 사람의 손을 거친다. 수액 속에 이물질이 들어있는지 검사하는 작업이다. 지하수를 증류수로 만들기까지 3번의 살균필터를 거쳤음에도 또 한 번 사람의 눈으로 다시 위생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공장관계자는 국내품질관리기준보다 까다로운 유럽기준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생산비와 관리비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수액생산은 수익을 생각하면 할 수 없는 사업이다. 그럼에도 회사는 2006년 1400억원을 투자해 Non-PVC 전문 친환경 수액 생산 공장을 세웠다. 특화된 기술력과 생산인프라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했다. 지난 2013년 미국 제약사 박스터와 3-챔버 영양수액 ‘위너프’를 전 세계에 수출하는 독점 라이선스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자체 기술로 만든 영양수액이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수액공장 건설 MOU를 성사시켰다. 이제는 수액제 수출뿐만 아니라 생산공장 통째로 수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박구서 JW홀딩스 사장은 “사우디를 시작으로 글로벌 수액플랜트 수출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사회공헌(CSR)을 넘어 공유가치창출(CSV)를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CSV란 기업의 경제적 가치와 공동체의 사회적 가치를 조화시켜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을 만들자는 개념이다. 기업이 수익 창출 이후에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국내 수액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JW중외제약은 해방둥이 기업으로 출발해 창업 초기부터 CSV를 실천하며 올해로 70주년을 맞았다. JW중외그룹 이종호 회장은 “오랜시간 동안 기초수액 생산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익만을 추구하는 경제논리가 아닌 ‘생명존중’이라는 기업정신”이라고 밝혔다.

사진·글=서영희 기자 finalcut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