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중국 의 적극적인 ‘구애’에 미국이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한국 정부는 곤혹스런 상황에 놓이게 됐다.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7일 한국의 AIIB 가입과 관련해 “한·미 양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인프라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점에선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이러한 작업은 건전한 지배구조와 투명성이라는 원칙 아래 이뤄져야 한다. 이는 명실상부한 다자개발은행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말했다.
러셀 차관보는 이어 “(이러한 기본 입장 하에서) 중국의 인프라 투자 의지에는 언제나 환영의 뜻을 표해왔다”면서 “AIIB가 실질적인 다자개발은행으로 운영 가능하다는 확고한 증거를 원한다. 이는 지배구조의 측면에서 다른 개발은행들이 수십 년간 이뤄온 높은 기준을 충족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러셀 차관보의 발언은 AIIB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AIIB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다자개발은행인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한 중국의 ‘대항마’ 성격이 짙다. 중국의 AIIB 자본분담금이 50%로 설정돼 있는 탓에, 지배구조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강할 것이라는 우려가 미국을 중심으로 제기돼왔다.
이런 측면에서 일본과 더불어 아시아의 전통적 친미 국가인 한국의 AIIB 가입은 중국에게 큰 호재다. 중국은 지난해 7월 한·중 정상회담 이후 한국의 AIIB 가입을 적극 권유해왔다. 지난 16일에도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와 만난 자리에서 같은 입장을 재차 표명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양새다. 가입 시한이 오는 31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원칙적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AIIB 가입과 관련해 “경제적·상업적 득실을 포함해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중국, AIIB 가입 ´러브콜´에 한국 ˝ 이 일을 어찌할꼬?˝ 점점 더 곤혹
입력 2015-03-17 1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