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되어 확 달라진 ‘인민루니’ 정대세

입력 2015-03-17 10:54

2013년 1월 수원 삼성에 입단한 ‘인민 루니’ 정대세(31)는 첫 시즌 23경기에 나서 10골을 터뜨렸다. 나쁘지 않은 기록이었다. 하지만 골 욕심이 너무 커 팀워크를 해친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지난 시즌 망신을 당했다. 로저(30·브라질)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려 교체로 뛰는 경우가 많았던 것. 득점도 두 자릿수를 넘지 못하고 7골에 그쳤다.

“공격수는 골이 전부라 생각했습니다. 수원에 와서 첫 시즌에도 득점 이외의 플레이는 대충했어요. 지난해는 내 축구에서 치욕적인 해로 남아 있습니다.” 18일 열리는 브리즈번 로아(호주)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조별리그 3차전을 위해 호주에 간 정대세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끄러웠던 과거를 털어놓았다.

스스로를 ‘못된 선수’라며 “쓰레기 같은 짓을 많이 했다”고 자조한 정대세는 이번 시즌엔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약속했다. 무엇이 그를 변하게 했을까. 그는 지난해 10월 태어난 아들 태주(1)가 큰 힘이 됐다고 했다. “경기에서 못 뛰고 돌아가도 아들을 보면 스트레스가 풀렸습니다. 또 아기가 날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해요. 어이없는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감정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정대세는 지난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2015 2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후반 47분 염기훈(32)의 결승골을 도왔다. 개인의 골 욕심이 아니라 팀의 승리를 우선순위에 둔 결과였다. 수원은 정대세의 팀플레이 덕분에 이 경기에서 2대 1로 이기고 기분 좋게 호주 원정을 떠날 수 있었다.

정대세는 헌신과 욕심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겠다”며 “투 페이스란 노래가 있는데 우는 얼굴과 웃는 얼굴이 함께 있는 가면을 묘사했다. 가면은 울거나 웃지만 그 안에 난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나 스스로 단단한 정신을 갖고 올 시즌을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