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엉겁결에 내뱉은 ‘독백’이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자백’이 돼 체포된 살인 용의자가 있다.
미국의 억만장자로 살아온 부동산 재벌 로버트 더스트(71)가 이 억세게 ‘재수없는’ 주인공이다.
뉴욕 맨해튼에 고층건물 15채 등을 보유한 부동산 재벌 세이모어 더스트의 맏아들인 그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뉴올리언스의 한 호텔에서 연방수사국(FBI) 수사관에 살인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누리꾼들의 관심은 체포 자체보다는 체포되기 까지의 과정에 쏠렸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은 더스트가 다큐멘터리 인터뷰 촬영이 끝난 뒤 마이크가 켜진 줄도 모르고 무심결에 “내가 다 죽였지”라고 혼잣말을 내뱉는 것이 결정적 증거가 됐다고 보도했다.
그는 지금까지 2건의 실종 및 살인 사건 용의자로 지목됐지만, 증거가 드러나지 않았고, 다른 1건의 살인사건은 정당방위로 인정받는 등 한 번도 처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는 1982년 1월 자신의 부인 캐슬린의 실종과 관련해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고 2000년 그의 오랜 친구인 수전 버먼의 살인사건 용의자로도 떠올랐다.
그러나 더스트의 범행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가 덜미를 잡힌 것은 미국 케이블 방송 HBO가 제작 중인 자신과 관련한 다큐멘터리 ‘징크스’와의 인터뷰 때문.
마지막회 녹화를 마친 더스트가 자신이 착용한 무선 마이크가 켜져 있는 줄 모르고 화장실에서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물론 내가 다 죽여버렸지”라고 중얼거린 것이 고스란히 녹음되었던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더 황당한 소식을 전했는데 다큐멘터리 제작진도 3년 전 녹음된 이 음성파일을 10개월 전에서야 발견했다고 한다.
다큐멘터리 출연이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는 무대가 되었던 것이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
화장실에서 내뱉은 ‘독백’ 때문에… 살인사건 덜미 잡힌 억만장자
입력 2015-03-17 0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