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4강] 조직력vs높이vs 스피드vs근성… 4색 '챔프의 꿈'

입력 2015-03-16 21:42

창원 LG가 16일 6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천신만고 끝에 고양 오리온스를 83대 80으로 물리치고 4강 플레이오프행 막차를 탔다. 이에 따라 18일부터 열리는 4강 플레이오프 대진이 결정됐다. 울산 모비스와 LG, 원주 동부와 인천 전자랜드의 맞대결이다. 네 팀은 4강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 저마다 정상을 꿈꾸며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각 팀의 전력과 장단점 등을 알아봤다.

모비스 전력의 절반은 ‘만수(萬手)’ 유재학 감독

모비스는 통상적으로 경기에서 2-3 매치업 존을 사용한다. 공을 잡은 사람에겐 맨투맨으로 수비하는 대신 나머지 4명은 지역방어를 펼치는 방식이다. 공을 가진 사람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공간을 맡으면서 상대 선수의 침투를 최소화 한다. 그런데 이 전술을 사용하기 위해선 많은 움직임과 유기적인 플레이가 필요하다. 명장 유재학 감독의 조련으로 모비스는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을 자랑한다. 또 국내 최고 가드 양동근이 있기 때문에 이 전략이 가능하다.

약점도 있다. 바로 함지훈의 부진이다. 함지훈은 외국인 선수와 맞붙어도 밀리지 않는 힘을 가지고 있고 훅 슛과 어시스트에도 일가견이 있다. 그런데 비시즌 기간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 기량이 저하됐다. 평균 득점이 지난 시즌 10.89점에서 올 시즌 7.30점으로 뚝 떨어졌다. ‘다혈질’ 문태영도 문제다. 문태영은 올 시즌 테크니컬 파울을 10개나 받았다. 국내 선수 한 시즌 최다 기록이다. 플레이오프와 같은 큰 경기에선 한 선수의 돌출 행동 때문에 시리즈 전체를 그르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동부산성’ 재건으로 명예회복 노리는 동부

동부는 수비의 팀이다. 올 시즌 평균 실점이 10개 구단 중 가장 낮다. 유일하게 60점대(69.1) 실점을 자랑한다. 그 중심에 김주성과 윤호영, 데이비드 사이먼으로 이어지는 ‘트리플 포스트’가 있다. 동부는 이 높이를 이용해 3-2 드롭존 수비를 펼친다. 앞 선에 장신 선수 세 명이 서고 나머지는 뒤에 자리 잡는 전형이다. 상대는 앞 선에서부터 높이에 주눅들어 외곽 슛을 남발해 자멸하는 경우가 많다.

동부 선수들이 이번 플레이오프에 임하는 각오는 남다르다. 챔피언결정전 3회 우승에 빛나는 명문 구단이지만 지난 시즌 꼴찌를 경험했다. 특히 팀의 정신적 지주인 김주성이 이를 악물고 있다. 노장으로서 올 시즌 팀의 54경기에 모두 출장해 후배들을 독려하고 있다. 또 최근엔 정확한 3점 슛까지 장착했다.

반면 한 방을 때릴 수 있는 슈터가 없다는 게 안타깝다. 동부의 올 시즌 경기당 평균 3점 슛 개수는 5.6개로 7위에 머물렀다. 초보 사령탑인 김영만 감독의 지도력도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프로농구 역사에서 신인 감독이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아직 없다.

‘스피드’로 첫 챔프전 우승 노리는 LG

LG는 주전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이다. 스피드에서 따라올 구단이 없다. 실제 LG의 올 시즌 경기당 속공은 4.9개로 이 부문 1위다. 슈터들도 즐비하다. ‘4쿼터의 사나이’ 문태종을 비롯해 지난 시즌 3점슛 성공률 1위 김영환이 상시 대기하고 있다. 올 시즌 득점 1위 데이본 제퍼슨은 10개 구단 중 최고의 외국인 선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특히 골밑에선 천하무적이다.

하지만 젊은 선수로 구성돼 덤벙거릴 때가 많다. 6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도 LG는 4쿼터 초반 19점 차나 앞섰지만 김시래 등 젊은 선수들이 흥분해 턴오버를 저지르다 대역전패를 당할 뻔 했다. LG는 이 때 4쿼터서만 턴오버를 9개나 저질러 팀 역대 플레이오프 최다 턴오버 타이라는 쑥스러운 기록을 세웠다. 수비력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평균 실점(77.9점)이 4개 팀 중 가장 많다.

‘기적’의 팀 전자랜드 “정신력으로 첫 정상 노린다”

전자랜드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사상 처음으로 6위 팀이 3연승으로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기적’을 만들었다. 전자랜드는 스타플레이어가 없지만 ‘근성’으로 4강 플레이오프까지 올라왔다. 유도훈 감독의 리더십으로 다른 팀 선수보다 한 발 더 뛰고 악착같은 수비로 상대를 질리게 한다. 전자랜드 최고참 이현호는 “우리는 잃을 게 없다”고 반란을 준비하고 있다. 외곽포도 일품이다. 서울 SK와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선 무려 14개의 3점 슛으로 상대를 무너뜨렸다. ‘해결사’ 리카르도 포웰은 승부처에서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높이가 낮기 때문에 장신 선수가 즐비한 팀에는 항상 약한 면모를 보였다. 높이를 상쇄하기 위해 더 많은 활동량을 보이지만 이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