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호 국정원장 후보자는 정치개입이 국정원을 망치는 길이라며 불미스러운 과거와 절연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정원은 적극성을 잃어버렸고 주눅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자녀의 미국·중국 국적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간 이해충돌이 있을 경우 한국의 국가 이익만 생각하겠다”고 다짐했다.
◇국정원 정치개입 절연=이 후보자에 대한 16일 국회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는 국정원의 정치중립에 대한 의지와 국정원 개혁방안 등 정책 검증에 집중됐다. 이 후보자는 “국정원의 정치 개입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고, 국가 안보를 흔드는 나쁜 일”이라며 “절대로 다시 반복하는 운영을 하지 않겠다. 역사적 범죄자가 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구속된 사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국정원이 정치 개입에 무리하게 휩싸였기 때문에 신뢰가 떨어졌다”고 인정했다.
이 후보자는 국정원 개혁에 대해서는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 다만 방법론에 대해서는 “국정원 개혁의 요체는 바른 운영”이라며 “쾌도난마식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속도를 내기보다는 점진적으로 개혁해 나가겠다는 뜻이다.
그는 “분야별로 훌륭한 스페셜리스트(전문가)가 많은 게 좋은 병원”이라며 “국정원도 대한민국 최고의 정보 전문가로만 구성되면 그것이 전체적으로 경쟁력을 갖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원장에 임명되면) 사기를 올리고 국정원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만드는 것 하나는 확실히 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정원 내부에서 정치적으로 대폭 인사 물갈이가 일어났다”고 지적하자 “문제의식이 있다. 저는 (외부에서) 한 사람도 데리고 들어갈 생각이 없다”고 약속했다.
◇“경직된 안보관 경계하겠다”=새정치민주연합은 이 후보자가 군 출신으로 대북관계에 있어 경직된 안보관을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후보자는 이에 “경직됐다는 것은 사고가 도그마(신념)에 빠진 것”이라며 “나는 도그마를 경계하는 사람이고 스스로 그것에 자성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그는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의 ‘흡수통일 준비팀’ 발언 논란에 대해서도 “흡수통일론이 나온 자체가 사려 깊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국내 배치 문제도 도마에 올랐지만, 이 후보자는 “정책 결정에 관한 소견을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사드 문제는 주권에 관한 것으로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 공격을 대비하려면 어떤 정책 옵션도 배제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북핵과 미사일 문제는 대한민국을 파괴할 수 있는 사활적 문제”라며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고 정보 판단에 도움 되는 모든 대안의 장·단점을 마련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2009년 울산대 초빙교수 자격으로 기고한 글에서 용산 참사를 폭동에 비유한 데 대해서는 “어휘가 사려 깊지 못했고 부적절했다. 그 용어 때문에 상처받으신 분이 있다면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자성한다”고 사과했다. 5·16 쿠데타(군사정변)에 대한 역사적 의미에 대해서는 “국가 안보를 강화한 역사적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이병호 "정치개입은 국정원 망치는 길… 과거와 절연"
입력 2015-03-16 1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