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공군 무기체계 가운데 미국산 의존도가 가장 낮은 곳이 육군이다. 육군도 초기 무기체계를 수립할 때는 군사원조 형식으로 받은 미국산 소총·전차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육군은 이들 미국산 무기를 역설계하고 면허생산, 모방생산 등 다양한 개선방식을 통해 상당수를 한반도 지형과 전략에 맞는 한국형 무기로 전환시켰다. 그러나 무기체계의 근간이 되는 설계와 핵심 장비들을 연동시키는 통합기술은 여전히 미흡한 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육군 전차다. 현재 육군의 주력전차 K1A1은 미국 M1 ‘에이브러햄’ 전차의 축소판이라 불렸던 K1전차를 발전시킨 것이다. K1A1은 주포를 120㎜ 활강포로 교체하고 사격통제장치역시 우리 독자기술로 변경했다. 장갑도 최대한 강화시켰다. 이 전차의 국산화률은 79%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를 기반으로 육군은 전차의 핵심부분인 엔진과 가속기가 결합된 파워팩을 독자 개발해 최첨단 전차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지만 수차례 좌절을 맛봐야 했다. 1995년 개발이 시작된 K-2흑표는 파워팩 국산화과정에서 각종 결함이 발생해 결국 1차 양산분 100대는 독일산 파워팩을 장착했다. 2차 양산분부터는 국내에서 개발된 파워팩이 사용될 예정이지만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한국형 보병전투차 K-21도 우여곡절을 거쳐야 했다. K-21은 대우와 국방과학연구소(ADD) 공동개발한 K-200의 뒤를 잇는 보병전투차다. K-200은 화력이나 방어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비용 대 효과’ 면에서는 매우 뛰어난 차량으로 평가받았다. 말레이시아에 111대를 수출하기도 했다. 이 같은 기술적 자신감을 갖고 대전차미사일 탑재와 30㎜ 탄환에 대한 방호력도 갖춘 첨단 K-21 보병전투차 개발에 나섰지만 설계상 결함으로 강을 건너는 훈련 중 침수되는 사고를 겪기도 했다.
이런 어려움이 있지만 육군은 개인화기 K-2소총에서부터 전차 장갑차 화포·대공화기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무기를 독자기술로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K-9자주포는 ‘명품 무기’로 알려진 독일의 판저하우비츠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사거리와 반응속도가 거의 비슷하고 기동 면에서는 오히려 우세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공·대전차 미사일, ‘비호’와 ‘천마’와 같은 지대공 미사일, 탄도탄 미사일 현무, 순항미사일 현무 3A, 3B, 3C도 국내기술로 개발됐다. 현무는 기존 미국 미사일 나이키·허큘리스 지대공 미사일을 지대지 형으로 발전시킨 것으로 개념연구 단계부터 미국의 심한 견제를 받았지만 결국 개발에 성공했다. 현무미사일은 유사시 평양타격을 위해 휴전선 인근에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문제전문가들은 육군 무기들이 비교적 높은 국산화를 달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의 한반도 전략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연합방위를 지상전은 한국 육군 중심으로, 해·공군은 미군이 주도한다는 게 바로 미국의 전략이다. 따라서 우리 육군이 사용할 무기류에 대해서는 독자적으로 개발·관리해도 미국은 별로 간섭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육군 무기체계에서도 핵심 부분은 여전히 미국제품이 적잖은 비중을 차지한다. 육군 헬기는 대부분 미국산이다. 전량 도태되고 있는 500MD는 미국 휴즈 제품이고, 중형수송헬기 UH-60P는 시콜스키가, CH-47D치누크 대형수송헬기는 보잉이 만든 것이다. AH-1S 코브라 공격헬기는 벨사 제품이고 북한군 기갑전력과 국지도발에 대비해 2016년부터 도입될 대형공격헬기 ‘AH-64E 아파치’ 역시 보잉사가 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대전차미사일 토우는 레이시온에서 도입했으며 북한 장사정포와 방사포에 대응하는 막강한 화력을 지닌 에이태킴스 단거리 탄도탄은 록히드마틴의 제품이다. 북한의 포탄 발사 위치를 파악하고 추적하는 대포병레이더 AN/TPQ-36/37도 레이시온에서 제작했다.
무기체계 전문가 안승범 디펜스 타임즈 편집장은 16일 “육군 무기체계는 미국으로부터 많이 벗어나고 있다”며 “일부 핵심사안에 대한 의존은 여전하겠지만 지금부터는 순수하게 우리기술로 만들어낼 수 있는 육군무기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한국軍 무기체계 미국産 편중 심각] 의존도 낮은 육군도 핵심장비 연동 통합기술은 미흡
입력 2015-03-16 2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