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교 시험대 올랐다

입력 2015-03-16 16:48
한국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 과제는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여부다. 전자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고, 후자는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 정치, 경제적으로 미국과 중국을 외면할 수 없다. 문제는 미국의 입장을 배려하면 중국이 눈치 보이고, 중국을 배려하면 미국의 눈치가 보인다는 점이다. 어느 한 나라도 소홀히 해선 안 되는 상황이다.

중국은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에 분명한 반대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단순한 외교적 입장을 떠나 압박 수준이다.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는 16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와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사드 문제와 관련한) 중국 측의 관심과 우려를 중요시 해달라”면서 한미가 사드 문제에 대해 타당한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상 압박에 가깝다.

정부는 이런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 사드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중국 측이 공개적으로 사드 문제를 밝힐 것으로 요구하고 있는 점은 예사롭지 않다.

한미가 사드 문제에 대해 ‘요청이나 협의, 결정도 없다’는 이른바 ‘3 NO’ 입장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중국 측의 견제 움직임이 노골화되는 것은 그만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우려는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되면 중국 일부 지역도 ‘사드 영향권’에 들어가 자국의 안보 이익이 침해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양국이 아시아 지역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중국 내에는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의도가 북한 위협을 명분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인식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우려 정도를 고려할 때 사드 한반도 배치가 결정된다면 한중 관계에도 상당한 부정적 영향이 뒤따를 것이란 관측도 나돌고 있다.

물론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이 사드 문제를 순수한 군사적 측면에서 보지 않고 아시아에서 미중 간의 힘겨루기 차원에서 과도하게 부풀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사드는 요격 고도가 150km, 사거리는 200km 정도로서 중국의 대륙간탄도탄을 요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미간 공식 협의 개시 여부와는 무관하게 사드 문제가 사실상 외교 현안이 된 만큼 우리 입장을 정하고 이를 주변국에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사드 문제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문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드와 AIIB 문제를 두고 미중 양국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가 두 사안을 연계해 정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류젠차오 부장조리가 이날 재차 참여를 요청한 AIIB는 이달 말이 사실상 창립 멤버로 가입할 수 있는 시한이다. 국내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지만, 지배구조 등의 문제로 우리 정부는 아직 가입 여부를 최종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동맹국인 미국이 AIIB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것도 우리 정부의 태도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사드 배치와 AIIB 가입 문제에 대해 “우리는 이 문제를 항상 제로섬 게임으로, 선택의 문제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국익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면서 “미중 양국관계는 제로섬 관계가 아니며 양국은 경쟁하고 있으나 협력하는 문제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