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 동북부와 이라크 서북부 지역을 장악하고 있지만, 같은 종파인 수니파 부족들조차도 IS의 만행에 치를 떠는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한때 IS가 ‘같은 편’이라며 쌍수를 들고 환영했던 수니파 부족들도 지금은 IS 점령지에서 앞다퉈 탈출 중이라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디펜던트는 IS 점령 하에 살고 있는 이들이나 그곳에서 탈출한 이들을 만나 IS의 실상을 전했다.
바그다드에서 서쪽으로 64㎞ 떨어진 팔루자는 대표적인 수니파 거주지역이다. IS는 지난해 1월 이곳을 점령했다. 마을 사람들은 이라크의 시아파 정권으로부터 자신들을 해방시켜줬다며 IS 전사들을 위해 성대한 잔치를 베풀었다. 사람들은 IS의 진주를 ‘이슬람 정복(Islamic Conquest)'이라고까지 칭송했다.
점령 초기 IS는 샤리아(이슬람 율법) 위원회를 구성해 마을의 고충을 해결해주는 등 ‘선한 일’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 그해 6월부터 돌변했다. 샤리아에 없는 율법을 강요하고 사람들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매주 모스크 출석을 의무화하고, 빠지면 40대의 태형을 집행했다. 또 영문이 쓰인 옷이나, 여성이 그려진 물건들을 금지시켰다. 서구식 헤어스타일이나 물담배도 금지됐다. 마을 사람들이 ‘처음엔 잘해주다가 왜 이러냐’고 했더니, IS는 “7세기 예언자 무함마드 시절에도 초기 3년 간 율법 적용이 느슨했다가 나중에 체계가 잡힌 뒤 매우 엄격해졌다”면서 “우리도 그걸 따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팔루자의 수니파 농민인 압바스(53)는 최근 고향을 등지고 쿠르드자치정부 지역으로 이주했다. 자식들 때문이었다. 압바스는 “14세, 16세 아들 둘을 뒀는데 IS가 올해부터 모든 가정의 아들 중 1명을 강제징집한다고 해 피신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IS 대원들이 딸을 내놓으라고 연일 집을 찾아와 협박한 도망친 이유”라고 덧붙였다.
IS 점령 이후 생활은 극도로 어려워졌다. 전기는 이틀에 한번씩 3~5시간 밖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전기가 없어 펌프로 물을 끌어오지도 못해 늘상 물 부족에 시달린다. 산유국이지만 석유가 1ℓ에 2.7파운드(4500원)에 거래된다. 조리용 가스조차 못 구해 나무를 때고 있다. 편리했던 휴대전화는 IS가 전파 중계탑을 파괴하는 바람에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IS나 궁핍한 생활보다 더 무서운 건 미군의 공습이다. 팔루자에서 다시 서쪽으로 16㎞ 떨어진 알카르마흐 지역에 사는 오마르 아부 알리(45)는 “미군이 툭하면 공습을 하지만 IS 대원들은 미리 민가나 학교에 숨어버려 피해가 없다”면서 “어쩌다 학교를 공습하지만 그 때는 이미 IS 대원들은 다 떠난 상태여서 학생들만 죽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겐 사담 후세인이나 이라크 현 집권세력이나 미국이나 IS나 다 마찬가지로 보인다”며 “죄다 우릴 죽이러 온 놈들”이라고 항변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IS 만행 치떨려"… 같은 수니파조차도 등지고 떠나
입력 2015-03-16 17:06 수정 2015-03-16 1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