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 수상작인 파트리크 모디아노의 ‘어두운 상점의 거리’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이것은 기억 상실증에 걸린 퇴역한 탐정이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기억 상실은 자신의 존재를 잃어버린 것입니다. 잃어버린 자의 삶은 사는 것 같지만 존재하지는 않는 삶과 같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삶은 잃어버린 삶이며, 잃어버린 삶은 불행하고 허허로운 삶입니다.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존재의 가치가 빛나는 인생으로 꽉 찬 만족감을 느끼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지요.
성경은 존재하지 않는 잃어버린 자와 같은 삶을 사는 삭개오라는 인물에 대해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그는 여리고에 사는 세금을 징수하는 세리장이었습니다. 여리고는 요단 동편에서 예루살렘으로 가는 간선도로변에 위치해 있어서 많은 물자들이 각 곳으로 공급되는 곳으로 그 곳에 세금을 징수하는 세리들이 많이 배치 되어있었습니다.
삭개오는 세리장으로서 겉으로 보기에는 부요함도 있고 어느 정도의 힘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자신이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한 자수성가 형의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손가락질 하는 ‘죄인’으로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당당할 수 없는 구린 구석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온 힘을 다해서 자신의 치부와 약점을 재력과 힘으로 눌러가며 아닌 척, 잘난 척, 당당한 척하며 살아서 내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상황이었을 것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의 출발을 살펴보면 그는 키가 작은 사람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경험을 갖고 성공 지향적인 인물로 성장하였던 것 같습니다. 결핍에서 시작된 인물로 자신에 대한 만족이 없고 공허하였습니다. 늘 비교당하며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안 가리고 닥치는데로 일을 했습니다. 열심히 돈을 모으고 또 모아 마침내 부자가 되었지만 그는 누구에게도 존재감이 없는 잃어버린 사람으로 평가 받았습니다. 예수님의 눈에 그는 잃어버린 사람이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며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에 대해서도 만족하지 못하며, 성공한 듯 보이지만 더 얻어야할 것이 있는 것처럼 아귀 아귀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자신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존재감이 없는 사람 그 자체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예수님은 삭개오의 존재를 애초부터 알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그를 찾아내시고, 불러내셨습니다. 어디 그 뿐입니까? 그와 함께 그의 집에 가시겠다고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이 천시하여 함께 식사도하지 않는 죄인이라 규정 지은 세리의 집에 머물겠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런 놀라운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언제 그를 보았다고.... 만나자 마자 그와 함께 머무시겠다는 벅찬 말씀을 하시는 것일까요?
삭개오는 그를 인정해주시는 사람을 만난 것입니다. 그의 전 존재를 인정해주시는 예수님을 말입니다. 바로 그의 존재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으며, 그가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으로 살아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존재의 인정으로 삭개오는 존재감이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의 영혼이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그가 그렇게 움켜잡으며 모아왔던 그의 재산을 가난한 사람과 나누겠다고 진심으로 말하였습니다. 또한 지난날 그의 악행을 속죄하고, 사람들에게 속여 빼앗은 것이 있으면 네 갑절로 갚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예수님을 만나 인정을 받자 그의 모든 것이 변하였습니다. 영혼이 바뀌고, 가치가 변하여지며, 인격이 달라지고, 사람들에게도 인정받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제 그는 존재감 있는 사람으로 바뀐 것입니다. 멋지게 살아보려고 닥치는데로 일하는 사람(Humandoing)이 예수님을 만나 진정한 인간 존재(Humanbeing)로 바뀐 것입니다. 우리가 인간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함으로가 아니라 어떤 존재이냐에 있는 것입니다. 바로 예수님을 만난 존재이고, 예수님의 인정을 받는 존재이며, 예수님이 함께 있고 싶어하는 존재가 될 때 더 이상 잃어버린 자가 아니라 찾아지고 구원받은 존재감 있는 사람이 됩니다.
“인자가 온 것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러 온 것이라.” (눅 19:10)
우리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예수님은 늘 잃어버린 자를 찾아내시고 사는 것 답게 살도록 불러주시고 만나주십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잃어버린 존재가 아니라 사랑과 인정을 받는 존재임을 확인시켜주십니다. 존재감은 사랑과 인정을 받은 사람만이 얻게 되는 자신의 삶을 존중하는 능력입니다. 존재감이 있는 사람은 어디에 있어도 빛이 난다. 존재감이 있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도 당당하며, 어떤 결과에도 만족할 수 있는 자족에서 오는 행복함을 경험하게 됩니다.
전용란 목사(대전 건신대학원대학교 총장)
존재감으로 가득찬 삶
입력 2015-03-16 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