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은 15일 미국의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정면충돌만은 피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그대로 남겨뒀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유승민 원내대표 취임 이후 두 번째로 열린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에서 ‘사드 공론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특별한 언급을 자제하면서 당의 공론화 시도를 무력화했다. 청와대가 논의 필요성을 제기한 데 대한 답변을 피한 것 자체만으로도 ‘불편한 심기’를 대신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청와대와 정부는 한·미·중 간 얽히고설킨 외교안보 전략 등 각국의 이해관계에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임을 감안, 이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스탠스를 고수해왔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중대한 외교안보 문제 등에 대해선 당청 의견 조율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당정청 회의를 3시간 앞두고 김영우 당 수석대변인이 브리핑에서 “회의에서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항들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당의 예상이 깨진 것이다.
당청이 회의에서 서로의 견해차만 ‘간접 확인’했을 뿐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한 만큼 이 문제가 당청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당에선 청와대가 진정성 있는 자세로 논의하려고 했다면 관계 장관이나 수석을 배석시킬 수 있지 않았느냐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당이 앞장서서 청와대를 설득하겠다는 뜻이 아니었는데도 청와대가 논의를 피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선 “의총을 통해 결론을 내겠다는 게 아니고 비공개 회의로 이 문제를 다루겠다는 것인데도 청와대가 ‘과민반응’을 보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수도권 한 의원은 청와대의 공론화 반대 시각과 관련해 “여당 원내대표가 이런 중요한 문제에 대해 입을 닫고 있으란 소리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 문제는 계파 갈등 요소를 안고 있어 여권 내부의 분열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청와대 정무특보로 내정된 윤상현 의원 등 친박(친박근혜) 주류를 중심으로 원내지도부의 공론화 움직임에 반대 의견을 냈다. 반면 비박계에선 “사드의 한국 배치를 전제로 외교 전략을 세워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된 바 있다.
한편 당정청은 회의에서 경제살리기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는 공감대는 재확인했다. 새누리당은 4월 임시국회에서 계류 중인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 처리뿐 아니라 공무원연금 개혁 작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아울러 청년 노동환경 개선과 일자리 확대를 위한 당의 노력에도 정부가 적극 호응할 것을 요청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로 서민경제를 살리고 일자리 창출이 되도록 당정청 간 긴밀한 소통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는 것에는 당정이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혁에 당정청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화답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당청, ‘사드 정면충돌’ 피했으나 불씨는 여전
입력 2015-03-15 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