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게이트 효시는 포스코”… 검찰 “수사는 포스코건설에 한정되지 않는다”

입력 2015-03-15 21:10

“‘영포(경북 영월·포항)게이트’의 효시는 뭐니 뭐니 해도 포스코입니다.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이 자연인 시절 포스코에 있으면서 결국 정준양으로 회장을 바꿔치기한 겁니다.”(2010년 10월 5일, 우제창 전 민주통합당 의원)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제18대 국회 정무위원회는 피감기관도 아닌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의 이름을 14차례나 언급했다. 야당 정무위원들은 정 전 회장이 당시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던 박 전 차관의 힘으로 ‘국민기업’ 회장 자리에 올랐다고 비판했다. 정 전 회장의 친인척 회사 자금이 ‘영포회’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 제기에 정호열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들여다보겠다”고 대답하는 장면도 있다.

박 전 차관은 정 전 회장과의 관계를 다그치는 정무위원들에게 “연말 행사를 갔다가 우연히 로비에서 마주친 것”이라고 답변했지만, 이후에도 정 전 회장의 막후에 ‘정권 실세’가 있다는 이야기는 좀체 가라앉지 않았다. 정 전 회장이 2009년 이후 5조원을 넘게 들이며 자본잠식 상태의 기업들을 흡수하는 등 공격적 인수·합병(M&A)을 계속하자 금융권에선 “MB정부의 청탁을 받은 것”이라는 뒷말도 무성했다.

박선숙 전 민주통합당 의원이 2010년부터 줄곧 ‘수상한 거래’로 지적한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가 대표적 사례다. 포스코는 2010년 3월 부도 직전의 성진지오텍을 인수해 포스코플랜텍과 합병했다. 박 의원은 산업은행과 성진지오텍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 매각 계약을 체결한 직후 포스코가 훨씬 비싼 가격에 경영권을 인수했다며 금융감독원 조사를 촉구했다. 성진지오텍 회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수사받은 것도 이 같은 촉구의 배경이 됐다.

이런 기업 인수 과정은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지난 13일 포스코건설 인천 송도사옥을 압수수색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성준)는 앞으로 정 전 회장이 각종 부실기업을 공격적으로 M&A한 배경까지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관련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혐의는 ‘업무상횡령’에서 출발할 것”이라고 말해 수사가 그룹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검찰은 베트남 건설현장의 비자금이 국내로 들어온 흔적이 있는지 압수물을 분석하는 한편 관련 임직원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회장을 비롯해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의 전·현직 경영진 대다수는 출국금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회장의 재임 시절 비리 의혹을 캐는 검찰 수사는 결국 MB정부를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