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추락 해경 헬기, 세월호 참사 땐 가장 먼저 도착… 탑승자 4명 생사 미확인

입력 2015-03-13 23:10
지난해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던 해양경비 헬기가 섬 지역 응급환자를 옮기기 위해 이동하던 중 바다에 추락했다. 조종사 등 탑승자 4명의 생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13일 오후 8시 27분쯤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방파제 남쪽 인근 해상에서 목포 해양경비안전서 소속 B-511 헬기가 추락했다. 헬기에는 최승호 경위, 백동흠 경위 등 조종사 2명, 응급구조사 장용훈 순경, 정비사 박근수 경장 등 4명이 타고 있었다. 이 가운데 조종사로 보이는 실종자 1명이 인근 해역에서 밤 10시 45분쯤 구명조끼를 착용한 채 발견됐다. 하지만 맥박과 호흡이 없는 상태여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헬기는 가거도 보건지소에서 A군(7)이 맹장염 증세를 보여 약을 처방했지만, 상태가 좋아지지 않아 보건의로부터 응급환자 이송 요청을 받고 오후 7시 40분쯤 목포에서 이륙했다가 가거도로 향하던 중 해상에 추락했다고 목포해양경비안전서는 밝혔다.

가거도 주민 등이 랜턴을 켜고 헬기에 신호를 보냈지만 짙은 해무로 착륙지점을 제대로 찾지 못해 1㎞가량 회항하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해경안전서는 전했다.

하지만 사고 헬기가 착륙 장소인 방파제와 2㎞여 거리의 비교적 먼 해상에 추락해 기체 이상이나 다른 원인으로 인해 사고가 났을 가능성도 있다.

해경안전서는 인근에서 경비함정을 출동시켜 밤새 수색 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강한 바람과 높은 파고에 시야도 좋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가거도 주민 임세국씨는 “공무원들이 방파제에서 손전등을 들고 응급환자 이송을 위해 출동한 헬기 착륙을 유도했는데 조종사가 짙은 해무로 불빛을 보지 못했는지 착륙을 포기하고 회항했다”고 사고 당시를 회상했다. 임씨는 이어 “회항하던 헬기가 5초 정도 지날 즈음에 헬기 충돌방지등 불빛이 바다로 뚝 떨어졌다”면서 “사고를 직감하고 항에 정박한 낚싯배를 타고 현장으로 출동했다”고 말했다. 당시 가거도항 방파제는 바로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짙은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해군은 유도탄 고속함인 ‘한문식함'과 초계함인 ‘부천함'을 사고 현장으로 급파했다. 현장 조명 지원을 위해 P-3C도 출격시켰다.

김재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