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경제전쟁의 불이 붙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입만 열면 경쟁적으로 ‘경제’를 외치고 있다. 서민경제·경제활성화·최저임금인상 등이 정치권 핫이슈다. 두 사람의 당권이 달린 내년 4월 총선 승리를 위해서도, 차기 대선 가도를 위해서도 문제는 경제다. 거의 매일 경제 관련 발언이 쏟아지고, 중소기업이나 경제단체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김(金), 경제 성적에 배수진=김 대표는 주요 회의 때마다 악화된 경제 지표를 나열하면서 경제살리기론을 설파하고 있다. 경제단체나 시장을 찾는 모습도 자주 연출한다.
특히 김 대표는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 대외협력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경제”라며 “경제가 안 좋으면 모든 것을 정권 책임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빨리 특단의 경제정책을 써서 서민과 중산층이 편해지도록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경기가 계속 악화되면 여권이 부메랑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다. 눈앞에 둔 4월 보궐선거뿐만 아니라 내년 총선, 그 다음해 대선을 감안하면 ‘경제 악화=새누리당 패배’로 연결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여권 차기 대권주자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김 대표로선 경제 분야에 역량을 갖췄다는 이미지 쌓기에 소홀할 수 없다.
그러나 경제 정책을 놓고 당내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도 보인다. 김 대표는 1%대 기준금리와 관련해 전날 “시의적절하고 잘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유승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회의에서 “가계부채가 금리인하로 더 급증해 문제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묘안을 짜내야 한다”고 말해 온도차를 드러냈다.
◇문(文), 대대적 물량 공세=문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는 17일 청와대 3자 회동과 관련해 “서민과 중산층의 가계가처분 소득을 높일 수 있는 경제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만큼은 함께 공유하고 합의하는 회동이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8전당대회로 취임한 문 대표는 외부일정 절반 가까이를 경제 현장 방문 혹은 관련 간담회로 채우고 있다. 그는 대한상의를 방문해서는 “우리는 반기업 정당이 아니다”라고 강조했고,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가서는 “저희가 중소기업 중심 정당”이라고 호소했다. 샐러리맨 타운홀 미팅, 전·월세 대책 타운홀 미팅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강하게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은 4월 보궐선거와 내년 총선에서 경제 이슈를 공격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물량공세의 성격이 강해 보인다. 당 차원의 체계적인 노력보다는 문 대표의 개인기로 진행되는 측면도 있다. 유능한 경제 정당, 소득주도경제성장을 채워나갈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연합은 “전날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로 전·월세 문제와 가계부채가 심각해질 것”이라며 정책위원회 산하에 ‘전·월세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1%대 기준금리인하에 대해 “우리 경제가 가지 않을 길로 들어섰다”며 정부와 여권을 비판했다.
여야 대표가 경제전쟁의 선봉에 나선 것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정치 성향보다는 경제정책 능력을 따지는 ‘탈(脫)이념’ 경향이 강화되는 흐름과 관련이 있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선거 승패를 가르는 40대와 50대 초반 유권자들은 경제 이슈에 큰 관심을 둔다”며 “두 대표가 정당 지지율 확보와 대권주자로서 이미지를 쌓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기영 김경택 기자 eom@kmib.co.kr
[이슈분석] 與도 野도 “다음 대선, 문제는 경제다” … 불붙은 정치권 경제전쟁
입력 2015-03-13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