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주태수·이승현 “외국인 선수 막는 우리는 보이지 않는 승리의 조력자”

입력 2015-03-13 17:05

플레이오프는 정규리그와 달리 호흡이 짧다. 그런 만큼 감독은 각 선수에게 특정 임무를 부여한다. 그런데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는 인천 전자랜드 주태수와 고양 오리온스 이승현의 성적만 보면 이들의 역할에 의문점이 생긴다.

주태수는 지난 11일 6강 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에서 약 9분 동안 뛰면서 2득점, 2어시스트에 그쳤다. 올 시즌 플레이오프 첫 출장이었다. 이승현은 1~3차전에서 경기당 36분 20초를 뛰면서 평균 8.33득점을 올렸다.

미미한 성적이었음에도 양 팀 감독은 두 선수에 대해 아낌없이 칭찬했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체력적으로 힘들 텐데 주태수가 수비에서 잘 견뎌내면서 리카르도 포웰에게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도 이승현에 대해 “신인이 이렇게 하는 건 쉽지 않다. 굉장히 잘 소화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두 감독이 이들에게 맡긴 역할은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로 상대팀 에이스인 외국인 선수를 틀어막는 것이었다.

주태수는 11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경기에서 중거리 슛이 좋은 이현호 대신 스타팅 멤버로 나섰다. 유 감독이 주태수에게 내린 특명은 SK 외국인 선수 코트니 심스의 높이를 견제하면서 그의 체력을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주태수는 체력적인 열세에도 파울 등을 유도하며 심스를 철저히 막았다. 효과는 2쿼터부터 나타났다.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심스는 움직임이 느려졌다. 그 사이 전자랜드는 골밑을 휘저으며 활발하게 공격해 역전에 성공했다.

포웰은 주태수 덕분에 벤치에서 체력을 비축했다. 4쿼터 막판 포웰은 집중적으로 슛을 쐈고 극적인 1점 차 승리를 만들었다.

올 시즌 ‘최고 루키’로 꼽히는 이승현도 플레이오프에서 신인답지 않은 활약을 펼치며 추 감독의 신뢰를 받고 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이승현은 공격보다 수비와 리바운드에 집중하고 있다.

추 감독은 지난 10일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LG와의 2차전에서 상대팀 특급 외국인 선수 데이본 제퍼슨 수비를 맡기는 모험을 감행했다. 이승현은 추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려는 듯 힘에서 뒤지지 않으며 제퍼슨을 적극적으로 막으며 LG 공격의 맥을 끊었다. 12일 3차전에서도 그의 역할은 제퍼슨을 막는 것이었다. 팀은 아쉽게 졌지만 그의 플레이만큼은 시선을 끌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