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이곳에서의 3박4일이 제 58년 인생 가운데 가장 편안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6일 저녁 서울 송파구에 사는 이모(58)씨는 자신의 집에서 술을 마시고 고성을 지르며 난동을 부렸다. 이웃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을 밀치고 때리는 등 행패도 부렸다. 경찰 조사에서 “평소 화를 잘 다스리지 못한다”며 “답답해서 술을 마셨다”고 했다. 직업도 가족도 없다고 진술한 이씨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송파경찰서 유치장에 갇혔다.
유치장에서도 난동은 계속됐다. 유치장 보호관들을 향해 이유 없이 소리를 지르고 물이 담긴 종이컵 등을 집어던졌다. 보호관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이씨도 조용해질 때가 있었다. 유치장에 비치된 성경을 읽으며 때때로 종이와 펜을 달라고 해 뭔가를 적었다. 보호관이 간식거리를 나눠주자 “고맙습니다”라며 웃기도 했다. 그 사이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10일 오전 8시 유치장을 나서며 이씨는 유치관리팀 명노훈(45) 경사에게 A4용지 한 장 분량의 편지를 내밀었다. 그는 편지에 “여기서 보낸 시간은 오래도록 기억에 선명히 남아 사는 동안, 쉬는 동안 나를 웃게 해줄 것 같다. 소란을 피워 주변에 폐를 끼친 것에 대해 마음 깊이 사죄드린다. 유치장 근무자들에게도 죄송하다고 전해 달라”고 적었다.
명 경사는 “유치인을 대할 때 ‘죄만 미워하자’는 생각으로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하는데, 그렇다고 이씨에게 특별대우를 하지는 않았다”며 “혼자 쓸쓸하게, 가난하게 지내던 이씨가 보호관들의 사소한 관심에 고마움을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58년 인생 중 가장 편안했던 3박4일” 유치장을 나서며 50대 남성이 남긴 편지
입력 2015-03-12 1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