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에 비수 콱 꽂고 “아싸!”…다비드 루이스, 골 세리머니 사과

입력 2015-03-12 10:19
중계방송 화면촬영

다비드 루이스(28·브라질)는 하지 않겠다던 골 세리머니를 했다. ‘친정집’ 스탬포드 브리지에서였다. 골라인을 따라 그라운드를 질주했고 코너에서 펄쩍 뛰었다.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의 루이스였다.

루이스는 12일 영국 런던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열린 2014-201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원정경기에서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의 붉은 유니폼을 입고 수비수로 출전했다. 스탬포드 브리지는 잉글랜드 첼시의 홈구장이다.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3년6개월간 첼시에서 뛰었던 루이스에겐 ‘친정집’이다.

자신을 응원했던 서포터스를 적으로 돌린 부담감 속에서 루이스는 주눅이 들지 않았다. 동료 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4·스웨덴)의 전반 31분 퇴장으로 더 저돌적으로 바뀐 첼시의 파상공세를 맹렬하게 막아내면서 공격에 가담했다.

상황은 0대 1로 뒤진 후반 41분에 발생했다. 루이스는 코너킥 기회에서 머리로 때린 공을 첼시의 골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8강 진출권이 눈앞에 있었던 첼시의 발목을 잡아 끌어내린 순간이었다. 루이스는 골라인을 따라 질주하면서 생제르맹 원정 서포터스의 환호를 만끽했다. 코너에서 주먹을 쥐고 뛰어올라 포효하는 세리머니까지 선보였다.

루이스의 동점골은 생제르맹를 8강으로 올려놓은 구름판이 됐다. 연장전으로 넘어간 승부에서 생제르맹은 전반 5분 첼시의 미드필더 에당 아자르(24·벨기에)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경기 종료를 6분 앞둔 후반 9분 수비수 티아고 실바(31·브라질)의 동점골로 8강 진출권을 낚아챘다.

최종 전적 2무, 최종 스코어 3대 3으로 균형을 이룬 상황에서 생제르맹은 원정 다득점 원칙을 적용해 변경한 최종 스코어 5대 4로 승리했다. 루이스의 골은 친정에 꽂은 비수가 되고 말았다. 첼시와의 16강 1차전을 앞둔 지난달 17일 “골을 넣어도 세리머니를 하지 않겠다”던 약속도 깨졌다.

루이스는 골 세리머니를 사과했다. 지난 시즌까지 자신을 응원했던 첼시 서포터스 블루스를 향한 사과였다. 루이스는 경기를 마친 뒤 영국 스포츠채널 스카이스포츠와 가진 인터뷰에서 “세리머니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감정을 조절할 수 없었다. 블루스에게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점을 사과한다”고 말했다.

루이스는 첼시에서 데뷔 시즌이었던 2011-2012시즌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밟았다. 첼시에는 첫 번째 챔피언스리그 타이틀이었다. 루이스는 “8강 진출로 행복하지만 우승까지는 아직 멀다”며 우승에 대한 열망을 감추지 않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