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달라는 러시아의 요청을 거절했다.
11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정부 대변인은 “메르켈 총리는 오는 5월 9일 승전 기념행사에 참석해달라는 러시아의 초청을 수락할 수 없다”면서 “대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이튿날인 10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대통령과 함께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겠다는 제안을 했고 푸틴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독일 주간지 디 차이트(Die Zeit)도 메르켈 총리 측근을 인용해 “총리가 오랫동안 고민하다 며칠 전 모스크바 기념행사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러시아 승전 기념행사 참석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욕으로 비춰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70주년 기념행사 참석 의사를 밝힌 외국 정상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쯔엉 떤 상 베트남 국가주석, 밀로슈 제만 체코 대통령,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 등 20여명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도 러시아 측에 참석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서방국 정상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러시아와의 갈등 때문에 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도 아직 참석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매년 5월 9일 나치 독일을 무찌르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날을 기념하고 있다. 2005년 60주년 기념식에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 등 53개국 정상들이 참석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메르켈, 러시아 5월 승전기념 행사 불참 결정
입력 2015-03-11 22:14